2㎜ 유리판에 영화 '슈퍼맨'이 쏙

MS, 데이터 新저장 기술 공개
수백여년 보관해도 손실 안돼
음료수 받침대 크기의 유리판에 영화 한 편 분량의 데이터를 원본 화질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수백 년 넘게 보관해도 데이터 손실이 없는 게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한 연례 콘퍼런스인 ‘이그나이트 2019’에서 레이저 광학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2㎜ 두께 유리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프로젝트 실리카’ 기술을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시험작(POD)엔 워너브러더스사의 1978년판 영화 ‘슈퍼맨’이 원본 그대로 저장됐다.프로젝트 실리카는 하드디스크, SSD(solid state drive)를 잇는 차세대 저장 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라식 수술을 할 때 쓰는 레이저로 유리 내부의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데이터를 읽어낼 때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유리 내부에 레이저를 신속하게 조준할 수 있게 해 정보를 읽는 속도를 높인다. 2㎜ 두께 유리판 한 장에는 100층 이상의 복셀(데이터 저장 기본 단위)을 집어넣을 수 있다. 이날 공개한 시험작에는 75.6GB의 데이터가 담겼다.

MS는 프로젝트 실리카가 클라우드 환경을 최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데이터 보존을 위해 온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눈에 띄는 장점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들은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탓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데이터 손망실 위험도 낮아 ‘콜드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 적합하다. 콜드 데이터는 환자의 의료 기록이나 법률 계약서처럼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꼭 보관해야 하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유리판을 끓는 물에 넣거나 오븐에 구워도 데이터 손상이 없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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