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연의 EU리포트] 임기 반환점 도는 마크롱 "개혁 중단 없이 전진…속도 조절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음달 초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가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RTL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반대하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미래를 향한 변화를 멈춰선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달 13일 5년 임기의 절반을 지나게 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뒤인 2017년 5월 14일 임기를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집권 후반기 최대 과제인 연금개혁과 관련해 “비록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반(反)개혁 세력에 밀려 약해지거나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42개 직군별로 나뉘어 운영되는 복잡한 퇴직연금 제도를 간소화하는 연금개혁을 추진 중이다. 연금 수급 연령을 높여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나 연금개혁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다. 노동계와 직능단체, 장년층 등에선 퇴직 연령이 계속 뒤로 미뤄지면 실질적인 수령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12월 5일에도 파리교통공사 등 각계 노조들의 대규모 파업이 예정돼 있다.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나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금개혁은 연금수급자 개인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노란조끼’ 시위 등에서 나타난 거센 반발을 겪으며 자신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인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알았다”며 “열정만으로 조급하게 일을 진행하다보니 시민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과 어긋나게 프랑스를 바꾸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줬던 부분은 내 잘못”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말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반정부 성격의 노란조끼 시위가 올 상반기까지도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혁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왜 우리에게 개혁이 필요한지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며 “더 많이 현장을 찾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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