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文대통령 친서 들고 訪日…얼어붙은 한·일 관계 '출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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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24일 아베와 면담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24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방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달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새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본 언론과 인터뷰서
"양국 비공개 대화하고 있다"
日 수출규제-韓 지소미아 종료
철회 교환 가능성도 언급
“한·일 비공개 대화 진행 중”이 총리는 이날 보도된 교도통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게 좋겠지요’라고 이야기해서 ‘네, 써 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쌍방의 지도자가 후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징용 문제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가 이를 위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또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를 철회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수출규제 강화가 발표된) 7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취소를 교환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2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면담할 예정이다. 면담 시간은 양국이 조율 중이지만 오전 10시 전후로 10~20분가량 짧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서가 아니라 구두 메시지 형태일 가능성도 있다.22일 오후 일왕 즉위식엔 남관표 주일대사와 함께 참석하고, 23일엔 도쿄에 있는 대학에서 대학생 20여 명과 ‘일본 젊은이와의 대화’를 한다. 질의응답을 통해 양국 현안에 대한 현지 청년들의 여론을 살필 예정이다. 이어 이날 저녁 아베 총리 내외가 이 총리의 숙소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여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 밖에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조찬, 동포 대표 초청 간담회, 한·일 문화교류 현장 방문,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총리는 1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과 일본인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의 차남이다. 재계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힌다.
내달 한·일 정상회담 관측도 나와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친서 전달을 계기로 양국 간 정상회담이 11월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 대화는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은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일단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 11월 개최설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은 그 정도로 한·일 관계가 진전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총리가 방일할 때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갈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