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항암물질' 알로페론, 특허만료 눈앞…신약 개발 '불씨' 될까

김수인 회장, 20년前 러시아서 개발
초파리 유충서 추출한 첫 물질
美·유럽선 거부…해외공략 실패
국내선 특허 분쟁에 신약 '제자리'
초파리 유충에서 추출한 약리물질 알로페론(AT101)이 주목받고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치료제는 물론 뇌질환, 암 등으로 활용 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1999년 김수인 알로페론 회장과 러시아 생물학자 세르게이 체르니시 등이 개발한 AT101은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를 활성화하고 면역 조절 작용을 하는 물질로 항바이러스, 항염증, 항암 효과를 낸다.김 회장은 1991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곤충연구소와 함께 이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뒤 2000년 러시아에 바이오벤처 알로페론을 설립했다. 2004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치료제 ‘알로킨알파’(사진)를 개발해 러시아와 옛 소련 지역 국가 등 9개국에 출시했다. 알로페론 관계자는 “HPV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세계 유일의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를 거점으로 해외로 판로를 넓히려던 알로페론의 전략은 벽에 부딪혔다. 러시아에서 이뤄진 임상시험을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국내 임상을 위해 2011년 김대호 에이티파머 대표와 함께 에이티파머를 설립하고 AT101의 국내 특허실시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김 회장과 김 대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두 사람은 결별했다. 김 회장이 2016년 회사에서 나온 뒤 알로페론과 에이티파머는 AT101에 대한 권리를 두고 법정에서 다퉜다. 그러다 특허권 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은 흐지부지됐다. 알로페론 물질이 유일하게 상용화한 러시아 특허는 연말에 만료된다. 한국은 내년, 미국은 2022년이다.

알로페론은 러시아 임상 결과를 인정해주는 인도, 베트남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매출은 러시아에서 알로킨알파를 유통하는 업체에서 받는 로열티에서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홍병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 등이 올초부터 이 물질을 뇌질환 치료에 적용하는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소프트웨어업체 투비소프트는 2018년 에이티파머와 전략적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으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투비소프트의 자회사 투비바이오신약연구소는 AT101의 분자구조를 변형시킨 물질인 알로스타틴을 활용해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출신인 김선진 고문 등이 주축이 돼 전임상을 하고 있으며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전해졌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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