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접속 지연이 '소송 불씨'…방통위와 1년3개월간 법정 공방

법원 "인터넷 응답속도 등 품질
CP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아냐"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송의 발단은 2016~2017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가입자가 겪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 장애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인터넷망사업자와 이용료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해 작년 3월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1년3개월간 여섯 차례의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페이스북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공격에 나섰고, 방통위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방어했다.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 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발생해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이 초래됐음은 인정한다”면서도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이용 시기와 방법, 범위에 한도 또는 한계를 정해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접속 속도 등 인터넷서비스 품질 관리 책임을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사업자(CP)에게 묻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인터넷망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트래픽이 사전 예고 없이 여러 경로로 전송되기 때문에 그 품질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특히 인터넷 응답 속도 등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방통위가 제시한 과징금 처분의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되거나 법령에 규정된 객관적인 수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방통위가 근거로 제시한 응답 속도, 민원 건수, 트래픽 양 등은 상대적·주관적·가변적이어서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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