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수익성 개선…2021년까지 연평균 매출 40% 성장 예상

효성화학 강점 분석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화학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에 따른 급격한 수요 위축 탓이다. 그럼에도 지난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발표한 업체도 있다. 효성화학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효성화학은 지난달 30일 매출 4880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전 분기 대비 99% 늘었다. 실적 발표 전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약 20% 웃돌았다.효성은 화학사업부를 분할해 작년 6월 효성화학을 설립했다. 효성화학의 핵심 사업은 액화석유가스(LPG)를 탈수소화(DH)해 폴리프로필렌(PP)을 만드는 공정(PP/DH)이다. 이 사업은 효성화학의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52%(지난해 기준)로 절반을 넘는다. 이익 기여도는 100%에 가깝다.

PP는 프로필렌을 원료로 생산하는 화학 제품이다. 폴리에틸렌(PE)과 함께 대표적인 범용 합성수지(플라스틱)로 분류된다. PP를 생산하는 설비는 원료로 나프타를 사용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와 LPG를 활용하는 설비(PDH)가 있다. 효성화학의 생산방식은 후자에 해당한다.

효성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그룹이다. 인건비, 전력비 등 비용과 세금 측면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2007년 설립한 첫 번째 베트남 법인은 201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효성화학의 최근 가장 큰 투자 포인트는 또 다른 베트남 법인(비나케미컬즈)에 대한 투자다.비나케미컬즈는 한국 울산공장의 연간 PP 생산량(55만t)과 비슷한 규모(60만t)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지난해 9838억원이던 PP/DH 부문의 매출이 2021년에는 1조8700억원까지 증가한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이 중 절반은 올해 말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2019~2021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이 높은 지역에 직접 진출했기 때문에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PP의 연평균 수요 증가율은 동남아시아가 5% 정도며 베트남은 8%에 달한다. 글로벌 평균인 3~4% 수준보다 높다.

비나케미컬즈는 특히 동남아시아 유일의 LPG 저장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연간 약 40만t의 LPG 트레이딩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한국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영업이익률(올해 예상치 13%)을 올릴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200억원에 이른다. 단순히 수익성만 개선되는 게 아니라 매출 규모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굳이 2021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올해 실적도 충분히 좋을 것이란 관측이다. 베트남 증설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올해도 전년 대비 50%에 가까운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력인 PP사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에 따른 LPG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이 활용하는 PDH 설비의 원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PP가 여러 화학 제품 중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업황을 보이고 있는 점도 호재다. 북미 에탄생산설비(ECC)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에틸렌 가치사슬의 시황 악화와 대조적인 모습이다.제품 가격 대비 원료 가격의 가파른 하락으로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스프레드는 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를 뜻하며 화학업종에서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테레프탈산(TPA)사업부의 성장성도 기대 요인이다. TPA의 주요 원재료인 파라자일렌(PX)의 가격 하락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2020년 중국에서만 1000만t에 가까운 PX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주요 화학 제품 중에서 가장 가파른 가격 하락세(-25%)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적 개선 기대로 효성화학 주가는 연초 대비 10% 이상 상승하며 업종 내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5.8배로 대한유화(5.2배)를 제외하면 화학업종 내에서 가장 싸다.효성화학은 2021년까지 베트남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한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한다. 2021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는 PER이 세 배 안팎에 불과하다. 단기 및 중장기 모든 관점에서 매력적인 이유다. sangwon.

han@daishin.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