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대비하나…하이닉스, 해외서 자금조달

12년 만에 해외 채권 발행
5억달러 규모…흥행 여부 촉각
실적부진 우려 잠재울지 관심
SK하이닉스가 12년 만에 해외 채권시장에 복귀한다.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도체 업황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 무대를 세계 시장으로 차분히 넓혀나갈 방침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다음달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금액은 5억달러(약 5900억원) 안팎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창사 이후 최대인 98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지 넉 달 만에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가 발행주관을 맡았다.

SK하이닉스가 마지막으로 해외 채권을 발행한 것은 SK그룹에 인수되기 훨씬 전인 2007년 6월이다. 당시 한국 기업 최초로 투기등급(신용등급 BB)을 달고 투자자 모집에 성공해 5억달러를 조달했다.

12년 전과 달리 SK하이닉스는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해 해외 기관투자가들 앞에 서게 됐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7년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였다.이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20조84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말까지 2년간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상태가 지속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변화를 반영해 2년 전부터 SK하이닉스에 ‘투자적격’ 등급을 매기고 있다.

무디스는 10개 투자적격 등급 중 아홉 번째로 높은 ‘Baa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열 번째인 ‘BBB-’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 부진 우려를 얼마나 잠재우느냐는 과제로 꼽힌다. 장기간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의 실적개선 추세는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올해 들어 급격히 꺾였다. 상반기 매출은 13조2248억원, 영업이익은 2조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80% 감소했다.지난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영업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무디스는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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