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득권 돌파할 의지 없다면 '혁신성장' 꺼내지도 말라

정부가 그제 내놓은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신산업 육성과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가 과연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모빌리티(이동수단) 플랫폼 사업을 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택시 감차 비용 일부를 떠안고, 모든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자만 운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택시회사를 새로 설립하란 얘기다. 규제를 풀기는커녕 진입장벽을 더 쌓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당초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한 사업도 허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제외했다. 신산업을 육성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보다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 표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타다는 차량 구매에만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판이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사업할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정부가 기득권의 손을 들어줘 신산업의 길을 막은 건 이뿐이 아니다. 원격의료는 의사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길을 잃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20년 가까이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핵심 정책기조로 ‘혁신성장’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성과를 낸 게 없다.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간 81건을 승인했으나 공유경제와 원격의료 등 기득권층이 저항하는 핵심 규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신구(新舊) 산업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때 기존 산업의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신산업의 싹을 틔우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정부가 기득권을 돌파할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혁신성장’이란 말을 꺼내지나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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