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김상조, 기업 총수들 만나 日 보복 대책 논의

<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현지 경제인들을 만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일 대기업 총수들과 비공개로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대책을 논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간담회는 서울 모처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을 겸해 이뤄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다. 일본 출장이 예정돼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간담회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5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4~5일 각사 비서실로 연락이 와 갑작스럽게 만남이 추진됐다”고 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이 자리를 채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기업을 싸움 전면에 내세우나…靑, 잇단 소집령에 '피로감' 호소

‘경제 투톱’으로 불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제계에선 그러나 연이은 청와대의 ‘소집령’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과의 보여주기식 회동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김 실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5대 그룹 등에 직접 연락해 소통·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일 김기남,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직후였다.

사흘 뒤인 5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5대 그룹 총수를) 따로따로 뵙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뵐 생각”이라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과의 만찬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들었다.

“기업들과 긴밀히 협조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참모들이 앞다퉈 만남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상대로 연이어 언론을 통해 회동 사실이 알려지니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청와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비공개로 추진하던 일정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뿐 공개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간 긴급 좌담회도 계획 중이다. 오는 10일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경제통으로 알려진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와 기업들이 만나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이미지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는 있지만 정작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싸움 전면에 앞세운 꼴이 된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외교적 해법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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