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軍·學 협력 가속…MIT에 매년 수조원 투자"

도약하는 한국 방위산업

정재원 KAIST 안보융합구원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간 운영비의 20%가량은 국방 연구를 하는 ‘링컨랩’이 대고 있습니다.”

24일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55·사진)는 국방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MIT를 예로 들었다. 군과 대학이 연계하면 양측 모두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정 교수는 “미래전은 재래식 전쟁에서는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미래전에 대비할 연구를 위해 대학에 조(兆) 단위 예산을 쓰고 있다고 했다. 대학과의 공동 연구로 미래 기술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맡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올해 예산은 34억27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미 육군은 지난해 7월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사령부를 아예 텍사스 오스틴대 안에 설치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한국 역시 미래전을 대비한 군·학 협력 의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예산이 없는 한국군의 현실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육군도 KAIST와 힘을 합쳐 인공지능(AI)협업연구센터에 연구팀을 꾸리는 등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지휘관을 보내 AI 기술교육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이와 관련된 비용은 KAIST 측이 대주고 있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군과 예산을 쥐고 있는 방위사업청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군에서 소요를 제기할 때 실험과 연구를 해봐야 하지만 예산이 없어 외국 보고서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 개발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개발 시간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스라엘 군대가 혁신적인 건 유저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업화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이스라엘이나 미군처럼 각 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소요 기획 예산 항목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정 교수는 군인 출신 안보융합기술 전문가다. 육군사관학교 42기 출신인 그는 육군에서 주로 방위력 개선 업무를 맡았다. 방위사업청 설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그는 올해 대령으로 전역했다. KAIST 안보융합연구원 창설 멤버이기도 한 그는 2017년부터 민간의 과학기술을 군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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