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개변론서 '2년새 최저임금 30% 인상' 위헌 공방

"기업 재산권 침해" vs "이익 포기 강요 아니다"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가 정부의 2017년과 2018년 최저임금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1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재산권 및 자유권을 침해받았다면 위헌으로 볼 수 있을까. 현 정부 들어 2년 새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인상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놓고 13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기업과 정부, 학계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사회적 효과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줄폐업” vs “영세기업 지원할 것”
사단법인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전중협)는 2017년 12월과 지난해 11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2018·2019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에 대해 각각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 것은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23조3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전중협을 대리하는 황현호 변호사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려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며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반면 정부 측은 영세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으며,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고용부를 대리하는 김진 변호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청구인들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소득수준 향상, 소득분배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상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업종별로 차이를 두는 것은 현실적인 적용의 어려움 때문에 부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 변호사는 “최저임금 제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국가가 사기업의 임금 결정에 관여한 듯한 모양새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김 변호사는 “최저임금 지급으로 인해 영리추구라는 사기업 본연의 목적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올해 말~내년 초 결론 내릴 듯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토론도 팽팽했다. 전중협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김대일·이정민 서울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25~65세 일자리 21만 개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고용이 유지된 사람은 임금이 올랐지만 동시에 해고도 늘어나 오히려 빈부격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부 측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를 계속한 뒤 올해 말~내년 초 위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헌재 관계자는 “법원에서 진행되는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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