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권 3년차 청와대의 '우리끼리' 인사

고은이 정치부 기자 koko@hankyung.com
“진짜 답답하다. 이 인사는 ‘우리 식구’끼리만 하겠다는 인사다.”(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청와대가 지난 28일 발표한 인사수석과 법제처장 인사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좋지 않다. 측근이나 코드를 맞춘 인사들을 자리만 옮겨 다시 쓰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청와대가 ‘제 식구’만 챙기고 ‘쓴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법사위원회 의원들은 29일 성명을 내고 “김형연 신임 법제처장은 문재인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데 행동대장 역할을 한 인물”이라며 “‘내 사람이 먼저다’라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법제처가 정책과 법령에 유권해석을 내리는 기관임을 고려할 때 ‘코드인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한국당의 비판이다. 김 법제처장은 부장판사 재직 중 돌연 사표를 내고 이틀 만에 청와대로 직행해 비판받았던 인물이다.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거쳐 법제처장으로 영전했다.

직전 법제처장이었던 김외숙 신임 인사수석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사수석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인재를 천거해야 하는 자리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찾기보다는 다양한 사람을 접촉하고 전문성을 검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김 수석은 인사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검증 실패로 중도 사퇴한 차관급 이상만 11명”이라며 “인사 실무를 해본 적 없는 인물을 앉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청와대의 인재 풀이 좁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인사검증 업무를 해보지 않은 인사수석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합한 인사가 아니다”며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고 되물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조응하는 코드 인사가 정권 초기에는 필요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은 청와대도 이젠 ‘쓴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좁은 인재풀에 갇힌 돌려막기 인사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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