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엔 親美였던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反美로 돌아서

얽히고설킨 양국 관계

이란의 美 대사관 점거가 불씨
美, 외교 관계 끊고 제재 시작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원래 나빴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만 해도 이란은 중동권에서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다. 당시 집권한 팔레비 왕조가 미국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1년 이란 정부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하자 힘을 잃어 망명한 팔레비 왕조를 도와 왕정 복원 쿠데타에 개입했다. 정권을 되찾은 무함마드 팔레비 국왕은 각종 친미 정책을 펼쳤다.

이란이 강경 반미 국가로 바뀐 것은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끝나고 나서다. 팔레비 왕조를 내쫓고 신정 공화정을 세운 이슬람 시아파는 이전 정권이 추진한 서구화 정책을 뒤집었다. 그해 11월엔 이전 정부와 미국에 반감이 있는 이란 대학생들이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점거해 대사관 직원 등 미국인 52명을 444일간 인질로 억류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은 1980년 4월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 미국은 이때부터 이란 경제 제재를 추진했다.

이후 이란은 ‘이슬람혁명의 수출’을 내세우며 중동권 반미 움직임을 주도했다.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자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그해 8월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이가 더 나빠졌다. 미국은 2006년 유엔, 유럽연합(EU)과 함께 이란 경제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양국은 2013년 서로에 그나마 온건한 입장인 정상들로 인해 관계가 다소 개선됐다. 2013년 집권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이란 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2015년엔 이란 핵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16년 1월 대이란 경제 제재를 유예하는 식으로 일부 해제했다.2017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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