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서울대 교수, 환경 조건에 따른 유전체 변화 양상 첫 규명

진화론 과학적 증명에 발걸음
서울대 연구진이 같은 종의 생명체라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유전적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연구 결과는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생명체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는 내용의 진화론을 유전체 수준에서 증명해낸 첫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하와이와 영국에 각각 존재하는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지리적으로 격리된 동종 생명체 사이에도 극단적인 유전적 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1mm 길이의 예쁜꼬마선충은 약 2만개의 유전자로 이뤄져있다. 이 교수는 “하와이와 영국의 예쁜꼬마선충은 같은 종인데도 불구하고 15%에 달하는 약 3000개의 유전자가 구조적 차이를 보였고, 특히 염색체 끝부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15%라는 극단적 유전적 차이가 생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유전체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가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자연선택이 일어나려면 생물은 이미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동종 생물의 유전체 구조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과 변이의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교수는 “진화론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연선택의 대상이 되는 자손들이 왜 다른지를 규명해야 하지만 찰스 다윈은 여기까지는 해내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유전적 변화가 생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극도로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자손들이 왜 서로 다르고 환경에 따라 선별적으로 생존하는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게놈 리서치 온라인판에 24일 게재됐다. 인쇄본은 이 학술지의 6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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