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6년9개월 만에 '최저'…"배당 몰린 4월엔 적자 가능성"

1분기 흑자 규모 112.5억弗
수출 부진 속 '불황형 흑자'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폭이 6년9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출 부진 때문이다. 거의 전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고 지역별로도 미국을 제외한 주요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줄었다. 수입 부문에서는 소비재 수입이 늘었지만 생산활동에 필요한 기계류, 정밀기기 등은 크게 감소했다. 앞으로 경상수지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48억2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월별 흑자 행진이 83개월째 이어졌다. 하지만 흑자 폭은 2012년 3월 이후 가장 작았다. 수출 부진이 1분기 내내 이어지면서 올해 첫 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11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1분기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96억1000만달러였다. 작년 1분기에 비해 12.8%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이 8.5% 감소한 영향이다. 주요 7개 품목 중 자동차·부품을 제외한 6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 휴대폰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제품의 감소폭은 18.5%에 달했다. 지역별로도 거의 모든 수출 지역에서 고전했다. 미국 수출만 12.9% 증가했을 뿐 중국(-17.3%) 중동(-26.5%) 일본(-6.1%) 유럽연합(EU·-3.1%) 등에서 부진했다.

수입은 6.8% 감소했다. 소비재가 1.9% 증가했지만 자본재는 13.1%, 원자재는 5.1% 줄었다. 자본재 중에서도 기업의 설비투자와 직결되는 기계류·정밀기기(-27.6%)와 수송장비(-11.3%)의 수입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서비스수지는 76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여행 수지 개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 폭은 18.3% 줄었다. 전문가들은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이 몰린 지난달에는 해외로 배당금이 빠져나가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양수 한은 통계국장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4월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소폭 적자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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