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정부, 대기업 지배구조 비판할 자격 없다"

경제·경영·정치학회 대토론회

조성봉 숭실대 교수 지적
“설립 이후 고속 성장한 포항제철(포스코)은 역대 가장 성공한 공기업이다. 정부가 박태준 회장에게 20년 동안 회사 경영권을 맡기고 사업의 자율성을 보장한 덕분이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 공동 토론회에서 “공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려면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정부의 경영 참여 범위는 줄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공기업의 낡은 지배구조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기업 지배구조를 손질하려면 우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기업의 낡은 지배구조를 그대로 두고 있는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를 타박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운법은 공기업·준정부기관(올해 기준 129개) 정관과 이사회, 예산회계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조 교수는 “공운법에 묶인 공기업은 효율적이고 속도감 있는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기업 운영에 관한 법률 체계를 간소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률로 공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공기업 이사회는 감사위원회를 강화하고 이사회 의장을 외부에서 뽑아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기업은 일반 주주들에게 경영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보증을 받지 않고 공기업이 금융회사에서 차입금을 조달하고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그래야 금융·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이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관리할 유인이 커진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건설 공기업에 혁신도시·행정수도 개발을 비롯한 경제성이 떨어지는 국책사업을 떠넘긴다”며 “전기료·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엄격하게 통제해 에너지 공기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기업이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끌어올릴 유인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기업 상당수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외부업체와 경쟁하면서 사업 역량을 높일 기회가 드물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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