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일하는 시대 끝나…양보다 질로 승부하라

Let"s Study 주52시간제 대응전략 (1)
작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다. 이제 야근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까. 이 제도를 적용받는 대기업은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PC를 모두 꺼버린다. 주 52시간 근로에 걸맞은 업무지침도 마련했다. 직원들은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근로시간이 줄어 회사가 요구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같은 성과를 내려면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효율성이란 산출물을 투입물로 나눈 값이다. 효율성을 거두려면 일정한 산출량을 만들어내는 투입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 아니면 동일한 투입물로 더 많은 산출물을 내야 한다.

기업의 업무혁신 활동은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업무혁신 활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투입물을 더 늘리게 된다. 혁신을 위해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투입물을 쏟아붓곤 하는 것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입물부터 줄여야 한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은 과감히 줄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우리 몸의 군살을 빼듯 업무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군살을 빼고 나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 업무 웨이트트레이닝이라 말할 수 있다. 업무의 군살을 제거하는 다이어트와 근력을 키우는 업무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효율성 위해 업무 다이어트부터

업무 다이어트는 본질에 집중할 때 가능하다. 쓸데없는 일과 하면 좋을 듯한 일은 과감히 줄인다. 그러기 위해 업무의 본질부터 고민해본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저비용 항공사 중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업의 본질과 관련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린 덕분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업의 본질은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저렴하게 이동시키는 것이다. 저비용 운항과 관련없는 지정석, 기내식 서비스, 공항 라운지 등을 없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더 버릴 것인지를. 우리도 업무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과 관계없는 일들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먼저 개인 업무에서 낭비 요소를 찾아 제거한다. 그다음으로 시스템적인 낭비 요소를 찾아 없앤다.개인 업무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업무의 본질과 관련없는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밀려나는 업무부터 없앤다.

첫째,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 전체를 나열해본다. 업무의 종류는 대부분 20~30개 정도에서 정리된다.
둘째, <그림1>과 같이 4분면으로 나눠본다. 업무 중요도를 세로축으로, 시급도를 가로축으로 정해 모든 업무를 위치시킨다. 업무 우선순위는 시급도보다 중요도를 기준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급하면서 중요한 일과 시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업무를 선정한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과감하게 없애거나 위임할 방안을 찾아본다.셋째, 최종적으로 남겨진 업무 각각의 활동을 분석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업무를 구성하는 하부 활동을 나열한다. <그림2>처럼 세로축은 중요도, 가로축은 시간 투입으로 하는 4분면을 그린다. 그다음 거기에 업무 활동을 위치시킨다.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시간 투입이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활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해본다.

넷째, 업무 활동 중 중요도는 낮으나 시투입이 많은 활동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해당 활동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표준화 및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활동의 제거 여부는 다음 질문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가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할 수 없는 것인가. 내가 반드시 해야 할 것인가, 안 해도 되는 것인가. 내가 직접 해야 하는가, 남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 업무의 상당 부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몇해 전 웅진코웨이는 ‘지우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한 적이 있다. 지우잡은 ‘쓸데없는 일(job)을 지운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중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상사에게 보고하고 상사가 허락하면 해당 업무를 하지 않는 제도였는데, 큰 효과를 거뒀다.시스템적 낭비 요소 제거

회사도 시간을 잡아먹는 요소를 찾아 없애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조적으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을 찾아 없애거나 간소화해야 한다. 예컨대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회의, 보고, 문서 작성 등의 일을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 회의와 관련해서는 회의 횟수, 회의 시간 줄이기, 최소 인원 참석시키기, 회의 준비 최소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여러 회사에서 회의 운영 지침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30분 회의나 스탠딩 회의를 통해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나가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주간회의 같은 보고식 회의는 이메일이나 전자결재로 대체하고, 필요할 때만 특정 주제를 두고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포커스 미팅을 운영하고 있다.

보고는 대면보고를 서면보고로 대체한다. 상사의 일정 공유를 통해 보고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다. 포스코는 내부분석을 통해 대면보고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대면보고 대신 이메일 보고를 적극 활용하고, 정보 공유형 보고는 지양한다. 신세계는 모든 임원의 일정을 인트라넷에 공유하고 있다. 임원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허탕 치는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다.문서 작성을 줄이려면 작성자료 양 줄이기, 불필요한 꾸미기 지양, 첨부 자료 줄이기 등을 정착시켜야 한다. 앨런 래플리 전 P&G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회의 자료는 무조건 3페이지 이내로 줄이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1페이지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많은 회사가 문서의 양을 줄이기 위해 1페이지 보고서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메일을 쓸 때 인사말은 생략하고 내용만 간단히 적도록 하는 회사도 많다.

권상술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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