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재청구'vs'불구속하면 수사협조'…검찰-윤중천 기싸움

본격 수사착수 위해 '尹 진술' 필수…수사단 '압박과 회유' 사이 고민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로 나아가는 데 필수관문으로 여겨지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신병확보 문제를 두고 윤씨 측과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23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전 윤씨를 불러 김 전 차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착수를 앞두고 필요한 진술을 들으려고 했지만 윤씨의 진술 거부로 무산됐다.

수사단은 당초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씨는 일정 조정을 이유로 한 차례 소환을 거부한 뒤 이날 자진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껏 출석한 윤씨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씨의 개인비리 혐의는 물론 수사 본류에 해당하는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까지 전방위로 조사하려던 수사단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양상이다.윤씨의 돌발행동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그가 자신의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은 발생한 지 오래됐고, 주요 증거들이 상당 부분 유실된 상태여서 윤씨의 협조 여부가 수사의 향배 내지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혀왔다.

김 전 차관 등 윤씨의 별장을 드나든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증거자료뿐 아니라 윤씨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런 점을 잘 아는 윤씨가 사건의 '키맨'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상당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검찰에 진술 거부를 통해 불구속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씨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윤씨에게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모든 걸 협조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불구속 보장'과 '수사협조'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수사단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윤씨를 다시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윤씨를 상대로 유의미한 진술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압박보다는 회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수사단 관계자는 "윤씨를 한두 번 부르고 말 사안이 아니다"면서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불러서 이것저것 다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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