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공포에 떠는 르노삼성 협력사들

노조 장기 파업에 납품물량 급감
공장 가동 '뚝'…존폐 위기 몰려
“협력업체들이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위원장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들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를 만나 건넨 말이다. 이 장관은 “르노삼성 협력업체 대표들이 ‘노조의 파업 행보가 밖에서 보면 너무 위험해 보인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며 “협력업체들은 1주일에 2~3일밖에 공장을 못 돌리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그의 말대로 르노삼성 협력사들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툭하면 파업을 하면서 부산공장에 납품하는 물량이 쪼그라든 탓이다. 파업 일정을 전날 또는 당일 공지하는 바람에 직원을 출근시켰다가 퇴근시키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한 협력사 대표는 “일감이 없어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며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르노삼성 협력사 30곳을 조사한 결과 부품회사들은 15~40%에 달하는 납품 물량 감소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스펜션(차 충격흡수 장치)을 생산하는 한 부품사 대표는 “납품량이 15% 줄면서 근로시간 감소로 직원 급여가 약 20% 깎였다”며 “직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기업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 협력사 임원은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 이후 회사 매출이 30% 넘게 급감했다”며 “르노삼성 외 다른 거래처를 뚫지 못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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