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 예산 태부족…'위장거래'땐 수사관들 사비 걷기도

구멍 뚫린 마약 단속

경찰청 전담인력 276명뿐
작년 마약단속 예산 되레 줄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나온 게시물. 거래 수단인 메신저 ‘텔레그램’ 아이디가 함께 쓰여 있다. /트위터 캡처
국내에서도 마약류 사범은 늘었지만 단속 관련 예산과 인력은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검찰, 세관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담당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마약 단속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의 마약 단속 인력은 276명이다. 2016년 205명 수준에 비해 71명 늘었지만 급증하는 마약 범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작년 한 해 마약 투약으로 검거된 인원이 1만2613명인데 한 사람당 약 46명을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청은 전국 17개 지방경찰청마다 마약수사대(마약수사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경찰청의 마약 단속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2016년 2억5987만원에서 2017년 2억2293만원, 작년에는 1억6617만원까지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는 마약탐지 장비 도입을 위해 예산을 7억원가량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검찰 역시 마약수사 예산이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무부에 배정된 마약수사 예산은 2017년 49억3900만원에서 지난해 47억6000만원, 올해 44억7400만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검찰에서 편성한 마약수사 예산은 마약류 사범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사용된다. 위장거래를 위한 ‘미끼’로 할당되는 돈으로 쓰인다. 돈이 부족하다 보니 수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한 예로 검찰은 작년 대만 최대 폭력조직인 ‘죽련방’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판매상으로 가장, 5㎏어치 마약을 사들이기로 했다. 죽련방이 부른 금액은 3억원. 그러나 돈이 없어 수사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야 했다. 이마저도 부족해 종이로 된 ‘가짜 지폐’를 끼워 넣어 거래했다.

해외에서 몰래 들여오는 마약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관세청도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기준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류는 총 660건, 426㎏에 달했다. 2017년(429건, 69㎏)보다 각각 1.5배, 6배 늘었다. 하지만 관세청 내 마약 전담 인력은 2017년 42명에서 올해 45명으로 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도 연간 마약사범 1만2000명을 넘어서는 마약 오염국이 됐다”며 “경찰청 내에서 인력 및 예산 편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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