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버닝썬 유착' 수사 미적대는 경찰

조아란 지식사회부 기자 archo@hankyung.com
“해당 기관에 자료 협조 요청을 해놓았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두 달간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다.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에도 경찰은 내내 한 발씩 늦었다. 언론에서 새로운 의혹을 터뜨리면 그제서야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자료로 쓸 제보물은 여러 기관을 돌고서야 경찰 수중에 들어갔다.그런데도 경찰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내놓은 중간성적표는 총 108명 입건에 13명 구속이었다. 수사 진행 속도가 빨랐던 건 가수 정준영(30), 최종훈(29), 승리(본명 이승현·29)가 받고 있는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방 원본 파일을 입수해 각각 총 13건, 3건, 1건의 유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의 ‘몸통’으로 불리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 의혹만 들여다보면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경찰은 현직 경찰관 5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수사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에 대해서만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34)로부터 빅뱅 콘서트 티켓 세 장을 받은 혐의(김영란법 위반)를 찾아냈고, 나머지에 대해선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했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면서 버닝썬으로부터 작년 7월 2000만원을 받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강씨가 돈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입을 닫자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수사에 ‘버퍼링’이 생기자 “경찰이 스스로에게 겨누는 칼날에만 신중을 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수사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수사는 여전히 미미하다. 많은 사람은 여전히 경찰이 클럽과 광범위한 유착관계에 있었다고 본다. 경찰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내놔도 ‘버닝썬 수사’는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될 뿐이다. 명운을 걸라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민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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