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과 각 세우나…"중국은 경제적 경쟁국, 현실적 대응 필요"

유럽집행위 전략보고서…"中 제시한 기회의 균형 달라져"
중국과 경제적 동반 관계를 타진했던 유럽연합(EU)에서 중국을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치우친 영향력을 경계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 집행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내놓은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5세대 통신(5G)과 같은 중대한 분야에서의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로 지칭하면서 중국에 대해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을 회원국들에 제안했다고 독일 dpa 통신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질서와 체제의 격변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EU와 중국의 공조 관계가 타진됐던 2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집행위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이 제시한 도전과 기회의 균형이 달라졌다는 공감대가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중국의 미흡한 시장 개방, 보조금을 통한 대기업 양산, 기술·통신부문 지배력 확대 시도 때문에 중국을 향한 EU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선두의 글로벌 강국이 되려는 야심을 반영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가 중국과 글로벌 공통 부문에 협력을 강화하되 더 균형 있는 상호 경제 관계를 추구하고 역내 정책과 산업기반 강화를 통해 달라진 경제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제3국에 대한 EU의 국가보조금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 중국 기업의 EU 공공조달 계약 접근권을 중국에 대한 EU 기업의 접근권과 상호 연계하는 방안이 보고서에 담겼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협력이 EU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를 비롯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없어지도록 국제 무역 대화를 통해 압박해야 한다는 제언도 포함됐다.

통신 기반시설과 같은 핵심 전략 부문에서 중국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도 해결해야 하며 심각한 안보 위협에 대응해 5G에 대한 공동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EU 정상들은 오는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례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의 이 보고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EU와 중국은 내달 9일 연례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그에 앞서 다음 주에 양측 외무장관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집행위의 대중국 관계 재설정 제안은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그동안 일부 유럽 국가들과 강한 정치적 관계를 맺어 왔으며 상당수 EU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최근 이탈리아는 중국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추진하고 나서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불러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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