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지티브 규제로 바뀐 카풀 대타협

김소현 정치부 기자 alpha@hankyung.com
“정부가 왜 민간의 출퇴근 시간까지 지정해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카풀 서비스 합의 내용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카풀을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 하루 4시간만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우리 사무실도 공식 출근 시간이 10시”라며 “카풀 서비스의 범위를 현행법보다 축소했다”고 지적했다.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어정쩡한 합의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카풀업계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정부의 규제혁신에 반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만들어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규제 혁파’는 말뿐이며 오히려 새로운 규제 족쇄를 채우는 방식으로 카풀 서비스를 제약했다는 불만이다. 업계 1위인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원래 허용되던 서비스를 막아놓고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카풀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카카오모빌리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다른 카풀업체 관계자는 “카풀만 보고 달려온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이대로라면 기사 모집도 버겁다”고 했다.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카풀업계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모아 연 비공식 간담회에 참여한 것이 전부다. 스타트업업계에선 “덩치 큰 기업 한 곳을 대표로 내세우는 방식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며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소비자 반응도 냉소적이다. 정작 택시가 필요한 심야시간에는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휴일과 공휴일도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법인택시 기사들 역시 합의안에 포함된 사납제 폐지와 월급제 도입이 유야무야되면서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대표성이 지켜져야 한다. 시한에 쫓긴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밥그릇 챙기기로 끝난 채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대타협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이번 합의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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