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대 수출국 중 美만 빼고 모두 마이너스

작년 14% 늘었던 對中수출
3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
對아세안·EU도 감소세 전환
한국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판매가 부진한 게 특히 문제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4% 급감했다. 작년 12월 -14.0%, 올 1월 -19.2%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다. 3개월 이상 두 자릿수 감소율은 2015년 12월~2016년 4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중국 수출은 작년만 해도 전년 대비 14.1%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수요 둔화다.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제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부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중간재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 내 제조업 경기가 갑자기 위축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기업의 자구노력만으론 돌파구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중국은 작년 한국 수출의 26.8%를 차지한 1위 시장이다. 수출만 놓고 보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6.6%) 미국(12.0%)보다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작년 1621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065억달러어치를 수입해 중국에서만 55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아세안은 작년 9월(-12.7%) 이후 5개월 만에 3.2% 줄었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 태국 등에 공장 설비를 추가하면 신규 수출 실적으로 잡히는데 작년 말부터 이런 투자가 뜸해졌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수출 역시 아세안처럼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2월 수출은 8.5% 줄었다. 저가형 중국 석유화학제품 물량이 대거 풀린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EU에선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3%로 내리기도 했다.이 밖에 일본(-6.7%) 중남미(-33.8%) 중동(-27.1) 등에 대한 수출도 지난달 줄줄이 마이너스였다. 올 1월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수출은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지난달엔 미국을 빼고 모두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글로벌 경기 부진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나마 미국(16.0%) 독립국가연합(CIS·20.5%) 인도(4.7%) 등으로의 수출은 괜찮은 성적을 냈다. CIS의 경우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의 수출 실적도 작년 하반기부터 월평균 30~40%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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