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의 '괄도네넴띤' 변신…언어 파괴인가, 마케팅 기법인가

삐에로 쑈핑, SSG닷컴 '쓱' 등 비슷한 사례 많아
국립국어원 "생활 속 제품 급식체 사용 우려"
팔도 "마케팅으로 봐주길"…정식 출시 가능성도 언급
[사진=팔도, 현대홈쇼핑 제공]
팔도가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괄도네넴띤'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괄도네넴띤'의 이름을 두고 언어 파괴라는 입장과 마케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팔도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11번가 단독으로 '괄도네넴띤'을 판매한다. '괄도네넴띤'의 뜻은 팔도 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언뜻 '괄도네넴띤'처럼 보인다고 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한 신조어다. 팔도는 이 신조어를 한정판에 적용해 판매하기로 했다.팔도 관계자는 "'괄도네넴띤'은 내부적으로 2017년부터 논의가 됐었다"며 "당시에도 비빔면이 언뜻 보기에 '네넴띤' 같이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쉬운 의사 결정은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면 만든다는 게 회사의 원칙"이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괄도네넴띤'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비빔면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되 매운 맛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제품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거부감을 드러낸 소비자들은 "어떻게 팔도비빔면이 '괄도네넴띤'이 될 수 있나?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표현이 생활 속 제품까지 쓰여지는건 잘못됐다", "이게 기발한가? 해괴할 뿐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반면 "이름 때문에 라면 사보고 싶긴 처음이다", "애초에 타깃층이 10대, 20대의 SNS 인증샷 노린 마케팅이다", "한글 파괴라기보다 오히려 한글의 위대함 아닐까? 유쾌하고 좋은 것 같다"며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

유통업계의 이른바 '언어 파괴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인 '삐에로 쑈핑', SSG닷컴의 '쓱', 현대H몰의 생활용품 PB브랜드 'ㄱㅊㄴ'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삐에로 쑈핑'은 정확한 외국어 표준 표기법에 따르면 잘못된 표현이다. '피에로 쇼핑'이 문법상 맞다. 하지만 '삐에로 쑈핑'의 이름은 복고 감성에 방점이 찍혔다. 된소리 발음을 강조하면서 활자 모양도 복고풍을 구현했다.SSG닷컴의 '쓱'도 성공한 마케팅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쓱' 광고는 온라인몰 SSG를 한글로 표현한 단어다.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슈몰이에 성공했고 광고 노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현대H몰은 지난해 10월 생활용품 PB브랜드 'ㄱㅊㄴ'를 론칭했다. 소비자들이 쇼핑할 때 "괜찮네"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자음만 따왔다. 패션기업 LF도 브랜드 영문명이 한글 '냐'처럼 보인다는데 착안해 유머 코드를 담은 '냐' 광고 시리즈로 광고효과를 봤다.

롯데면세점도 '냠'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롯데듀티프리(LOTTE DUTY FREE)'의 영어 단어 첫 글자 LDF에서 D를 밑으로 내리면 한글 '냠'이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문 머리글자 LFD를 '냠'으로 표기한 롯데면세점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마케팅 전문가들은 '괄도네넴띤'에 대해 "'정보'보다 '인상'에 초점을 맞춘 경우"라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펼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볼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언어유희를 통한 마케팅은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본다"며 "대기업이 제품명에 이른바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나이대의 사람이 쓰는 언어)를 쓰는 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팔도 측은 마케팅으로 봐달란 반응이다. 팔도 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타깃층의 언어로 접근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게 목적"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온라인 반응이 폭발적이다. 3월초 오프라인으로 정식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름을 '괄도네넴띤'으로 할 것인지는 다시 논의 해야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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