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외식사업도 '비명'…CJ푸드빌 300억 적자

한식뷔페 '계절밥상' 등 외식 프랜차이즈 부진에 직격탄

최저임금 인상·혼밥족 증가
대형 매장사업 경쟁력 잃어

수익 악화에 대규모 구조조정
지난해 매장 46개 줄줄이 폐점
"올해는 실적 개선될 것"
VIPS 서울대방점. /한경DB
CJ푸드빌이 지난해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CJ푸드빌의 대규모 적자는 국내 외식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함께 1인 가구·혼밥족 증가,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여파로 대형 매장 중심의 외식사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CJ푸드빌은 계절밥상 VIPS(빕스) 제일제면소 더플레이스 뚜레쥬르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커피체인인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계절밥상 매장 지난해 절반 폐점CJ그룹 관계자는 17일 “CJ푸드빌의 지난해 실적을 내부 결산해본 결과, 지난해 영업손실이 300억원 가까이로 집계됐다”며 “외식산업의 전반적이고 깊은 침체 탓”이라고 밝혔다. CJ푸드빌의 영업적자는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해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6년 23억원 △2017년 38억원 등 해마다 비슷한 규모의 손실을 지속하다가 지난해엔 적자 폭이 급증했다.

CJ푸드빌의 영업손실은 계절밥상과 빕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의 부진 탓으로 분석된다. 그룹 관계자는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는 소폭 이익을 낸 것으로 나왔지만, 계절밥상과 빕스 등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계절밥상은 한식 뷔페, 빕스는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다.

실제 지난해 CJ푸드빌은 빕스와 계절밥상 매장을 대거 폐점했다. 빕스는 2017년 말 81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해 말엔 61개로 줄었으며, 계절밥상은 같은 기간 54개에서 29개로 매장 수가 급감했다. 이 기간 새로 문을 연 매장은 빕스의 대구매장 한 곳에 불과했다. 폐점한 매장 중엔 서울 여의도·사당·강남역과 부산 해운대 등 1급 상권에 있는 곳도 포함됐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식 매장에 손님이 줄고 있는 것을 보고 반전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운영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매장이면 과감히 정리하는 게 낫다고 본 결과”라고 설명했다.
골목맛집·HMR 인기도 원인

외식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소비 트렌드가 변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CJ푸드빌의 분석이다. 외식 소비 트렌드가 골목길 맛집을 찾거나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극단적으로 바뀌면서 1만5000~2만5000원대의 한식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찾아가 줄을 서서라도 먹는 수요와 가성비를 따져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CJ푸드빌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유상증자와 보유지분 매각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초 자본잠식 상태였던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한 뒤 지분을 일부 매각(1300억원)하고 유상증자(500억원)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썼다.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535%로 낮아졌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로 올해 CJ푸드빌의 재무구조는 또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CJ 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CJ푸드빌은 보유한 충북 진천의 토지를 관계사인 CJ제일제당에 102억원에 판다고 공시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올해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1월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계절밥상과 빕스도 미약하지만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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