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포항 경제 '구원투수' 된 지역상품권

지역내 160개 금융회사서 판매
전통시장·음식점·학원·숙박 등
대부분 업종서 현금처럼 사용
300억 규모 1차 발행량 '완판'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이 지난 10일 대구은행 포항영업부에서 포항사랑상품권을 홍보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고기백화점. 설 명절을 앞두고 현금 대신 포항사랑상품권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구매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정우열 영업과장은 “포항사랑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철강 경기 침체로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민식 사장은 “지난 2년간 포항사랑상품권 덕분에 불황을 잘 이겨냈다”며 “올해도 상품권 유통으로 돈이 시장에 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올해도 1000억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2017년 1300억원, 2018년 1000억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전국 6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2017년 3170억원, 2018년 3710억원 규모의 고향사랑상품권을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포항시의 발행 규모는 전국 최대다.시는 지난 10일 1차로 300억원 상품권을 발행한 지 열흘 만에 150억원어치를 팔았다. 설 연휴를 전후해 3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이 완전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사랑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상품권을 사고팔기 쉬운 환경 조성과 경제적 유인,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다. 한보근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장은 “주민과 소상공인 모두가 쉽게 상품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역 내 160여 개 금융회사를 모두 판매기관으로 등록했다”며 “주민에게는 5% 이상 할인율을 제공하고 상인에게는 수수료 부담이 있는 신용카드 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포항시에서는 시내 상점 10곳 중 8곳에서 포항사랑상품권을 현금처럼 유통하고 있다. 개인은 연간 400만원 범위에서 월 50만원까지 살 수 있고, 법인은 한도액 제한은 없지만 할인받을 수 없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제조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학원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을 쓰면 쓸수록 포항이 발전한다’는 포항 지역민의 애향심도 한몫했다. 지난해 포항 시민 여덟 명 중 한 명꼴로 상품권을 구매했고 9월에 동이 나 상품권이 없어서 못 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포항시는 지난 2년간 2300억원어치 상품권 판매로 9000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시는 올해 전체 상품권 발행금액의 10%를 모바일 상품권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시에서 운영 중인 각종 지역 특산물과 쇼핑몰,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분야와도 연계 가능해 소비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년간 상품권 유통을 통해 돈을 돌게 한 것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올해도 1000억원어치를 완판해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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