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점원 사라질수록 고객정보 쌓인다…O2O 키우는 '무인화의 역설'

전국 200여 점포에 100% 키오스크를 도입한 KFC의 한 매장. 계산대에는 점원이 없는 대신 '키오스크 운영시간'이란 안내문구가 있다.
지난 17일 찾은 서울의 한 KFC 매장. 계산대에 선 점원이 한 명도 없었다. 대신 카운터 위에 “고객님, 지금은 키오스크 운영시간입니다” 문구가 놓였다. 현금결제 하는 ‘특수한 경우’ 외엔 카카오페이, 신용카드 결제 등을 지원하는 키오스크(무인화기계)를 사용하라는 안내였다.

KFC는 전국 매장 200여곳에 100%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처럼 매장 밖에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7년 KFC를 인수한 KG그룹은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를 보유했다. 이같은 비즈니스 역량을 접목한 KFC는 온라인·모바일 주문이 1년새 2배 이상(2018년 6월 기준) 늘었다.◆ '비용 절감'이라 쓰고 '빅데이터'라고 읽는다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업체들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한다는 방증이죠. 무인화 매장이 늘어나는 게 비용절감 때문이란 건 절반만 보는 거예요. 무인화의 ‘진짜 트렌드’는 오프라인 매장 고객에 대한 데이터도 온라인으로 쌓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무인화 열풍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집중 조명됐다. 이 교수는 포커스를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무인화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은 하지만, 근본 요인은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빅데이터’에 대한 니즈라는 얘기다.키오스크 임대비용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한 대당 400~50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인건비와 비교도 안 된다. 큰 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무인화 추세가 불가피하단 뜻이다.

한국전자금융 키오스크 매출 신장 추이. / 출처=하나금융투자
실제로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2006년 600억원에서 2017년 25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3.9% 성장했다. 현금자동지급기(CD)·자동입출금기(ATM)에서 무인주차장, 키오스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대표적인 무인화 관련업체 한국전자금융의 매출신장세(2013년 1365억원→2018년 3분기 기준 2204억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알리바바 등 무인화·빅데이터에 초점

오프라인 매장 점원이 사라질수록 도리어 O2O 데이터는 축적되는 구조다.

아마존의 무인화 점포 ‘아마존고’가 뚜렷이 보여준다. QR코드를 스캔하고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고른 뒤 계산 없이 나오면 된다. 인공지능(AI) 카메라 센서가 고객 움직임과 구매 내역을 파악해 앱으로 결제 영수증을 보내준다.두 가지 측면이 함께 있다. 우선 고객 편의성이다. 아마존고의 슬로건은 ‘노 라인 노 체크아웃’. 구매한 물건을 계산하러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반대급부로 아마존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다. 다양한 소비 성향을 데이터화해 기존에 잡히지 않았던 오프라인상 소비자의 개인별 구매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그간 온라인에 집중하던 아마존이 오프라인 무인화 점포를 낸 이유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확인하는 등 온라인에서 얻기 힘든 쇼핑의 니즈가 있다. 따라서 기업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면서 확보한 데이터로 소비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며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언급한 온·오프라인 구분 없는 ‘신유통’과 에너지원으로서의 빅데이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젠 오프라인→온라인…O2O 양방향으로"

배달의민족(배달), 야놀자(숙박) 등 기존 O2O 서비스가 주로 온라인에 기반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데 비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데이터 수집 방향이 뒤바뀐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키오스크에 로그인 기능이나 생체인식, 무선인식시스템(RFID) 기술 등을 적용하면 훨씬 상세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단순 접수·계산을 넘어 고객 연령·성별·방문시간대·선호제품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기술적 문제라기보단 마일리지 적립과 연동한 로그인 등 고객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나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관건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방위 양방향 O2O’로 진화 중이다. 알리바바가 선보인 빅데이터 기반 유통플랫폼 서비스 링서우통은 소비자 대상(B2C)을 넘어 기업간(B2B) 구매·물류·마케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컨대 매장 주변에 신생아가 많다면 분유, 기저귀 등 맞춤형 제품 판매를 추천하는 식이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하는 골목슈퍼 브랜드 ‘나들가게’도 아이디어 자체는 유사했다. 영세 슈퍼마켓에 결제단말기(POS)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매출·매입 데이터를 파악, 경영컨설팅까지 해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나들가게는 한때 전국적으로 1만2000곳까지 늘었다가 8000여곳으로 줄었다. 나들가게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결정적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목슈퍼들은 매출이 집계·관리돼 정부가 들여다보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 POS 사용이 개별 점포 수준에 머무르면서 빅데이터의 핵심인 네트워킹(연결)에 실패한 셈이다.이정희 교수는 “이미 요식업은 키오스크 등 부분 무인화가 많이 진행됐고 편의점, 청바지 매장, 스터디카페 같은 곳까지 완전 무인화로 가고 있다”면서 “무인화 흐름이 O2O 빅데이터가 되고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밀한 ‘네트워킹 구축’과 ‘데이터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