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혼란 키우는 코스닥 상폐심사절차

오형주 증권부 기자 ohj@hankyung.com
“대체 무슨 이유로 한 달 전 내린 결론을 뒤집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괜히 ‘옥상옥(屋上屋)’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난 8일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유지 결정 후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회계법인 관계자가 한 말이다.경남제약은 지난달 14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판정을 받았다. 작년 5월 기심위가 6개월 기한을 주면서 조건으로 내건 경영개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한 달이 안 돼 ‘판단’이 달라졌다.

경남제약의 기사회생은 코스닥시장만의 독특한 상장폐지 심사구조 때문에 가능했다. 유가증권시장은 거래소가 상장폐지 사유 발생 여부를 확인하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심위에 올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2심제’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기심위 판단 이후 다시 코스닥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3심제’ 구조다. 코스닥위원회 위원 9명 중 4명은 기심위에도 들어간다.

코스닥의 3심제는 지난해 초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명분으로 코스닥위원회를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서 떼어내 상장심사 및 폐지권한을 부여하면서 갖춰졌다. 코스닥위원회는 기심위가 당초 상장폐지로 판단했던 MP그룹과 화진, 경남제약 등에 대해 잇따라 상장유지로 결론을 바꿨다.금융투자업계에선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시장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제약은 기심위의 상장폐지 판정이 나오자 소액주주들이 상장 유지가 결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형평성 논란 등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경남제약 상장폐지 이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르자 부담을 느낀 코스닥위원회가 기심위 결정을 뒤집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가 3심제로 길어지면서 상장사들이 지출하는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며 “심사를 몇 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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