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게이샤는 일본 커피 아닌가요?

(35) 가장 몸값이 비싼 커피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오늘 뭐가 신선해요?”

횟집에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단골 카페에서 바리스타에게 건네는 첫말입니다. 자, 그다음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브라질 옐로 버번, 과테말라 안티구아 라글로리아. 알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스페셜티 커피는 말 그대로 특별한 커피입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평가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 커피지요. 와인처럼 원산지와 농장에 따라 나뉘고, 맛과 향도 천차만별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종류는 몇 개나 될까요. 수천 개, 수만 개라고 합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다 마셔도 못 마실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커피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진하게 내린 뒤 물을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온 국민이 ‘아메리~’로 대동단결했던 커피 시장은 이제 다양성을 즐기는 스페셜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커피, 바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입니다. 듣는 순간 잊어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게이샤라는 단어도 에스메랄다라는 단어도, 뭔가 아름다운 것을 한데 모은 듯한 느낌이랄까.게이샤는 커피 품종 중 하나입니다. 일본산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1931년 에티오피아 서남쪽 ‘게차(gecha)’라는 숲에서 발견돼 영어식으로 게이샤가 됐지요. 병충해에 강해 파나마 지역에서 꽃피웠다고 합니다. 게이샤는 아무나 살 수 없습니다. 커피 원두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팔리기 때문에 생두 가격이 가장 비싼 커피 순위에 항상 맨 위에 있지요. 올해는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라 ㎏당 750달러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매년 최고가 신기록을 달성하며 한 잔에 1만5000원에서 2만원에 팔립니다. ‘가장 몸값이 비싼 커피’가 된 이유는 단지 희소성 때문이 아닙니다. 한 모금만으로도 터져나오는 꽃향기와 각종 과일향, 여운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는 탄성이 나오지요.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6~7명이면 꽉 차는 작은 카페 ‘메쉬 커피’로 성수동의 커피 문화를 만든 바리스타 김현섭, 김기훈의 《오예! 스페셜티 커피!》(사진)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특별한 커피, 그 이상을 탐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2007년 처음 바리스타의 세계에 입문한 김현섭 바리스타는 이 책에서 ‘뜨는 동네에서 카페가 살아남는 법’부터 커피 산지의 이야기와 세계 커피 문화까지 그가 알고 있는 커피의 모든 것을 엮어냈습니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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