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장벽 점점 높아져…위기를 기회로 삼아 新시장 개척해야"

55회 무역의 날

'무역환경 변화와 수출' 좌담회
사회=백광엽 논설위원
한국 기업들이 무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내 수출액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력 수출 품목을 다변화·고급화하고, 미국과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면서 신흥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내년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호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점점 높아지는 무역 장벽, 미·중 통상 갈등,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언제 다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는 5일 ‘제55회 무역의 날’을 맞아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와 수출 확대 전략’을 주제로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과 김선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 김병훈 (주)에코프로비엠 사장, 장종욱 (주)메디쎄이 사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백광엽 한경 논설위원이 사회를 봤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좁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 수출 품목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광엽 논설위원(사회)=올해 무역 성과는 어떻습니까.

▷김선민 실장=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됩니다. 수출액은 60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5737억달러)에 이어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입액과 수출액을 합한 무역액은 1조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이미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2014년(1조982억달러) 이후 최대 무역액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순위는 수출 6위, 수입 9위로 전망합니다.▷한진현 부회장=희망적인 실적입니다. 우선 수출 물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올 1~9월만 봐도 작년보다 7% 증가했습니다. 미국은 5.6%, 일본은 3.3%, 세계 평균은 3.3%입니다. 반도체 수출은 10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단일 부품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전기차·로봇 등 8대 신산업과 일반기계·석유화학 수출도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부진했던 중국 수출도 개선됐습니다. 화장품, 의약품 등 소비재 수출(1~10월 기준)이 22.8% 증가했습니다.

▷사회=기업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습니까.

▷최형기 부회장=기계산업도 수출 실적이 좋습니다. 굴착기, 기중기 등 건설기계와 공작기계는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습니다. 세계 경제가 아직은 호황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출액은 550억달러 가까이로 예상합니다. 반도체에 이어 500억달러를 돌파하는 두 번째 품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김병훈 사장=저희 에코프로는 2차전지용 양극소재 생산과 대기오염 저감사업을 합니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입니다. 무선 전동기기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회사 매출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은 6700억원으로 작년(3290억원)보다 104%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 수출 비중이 82%에 달합니다. 올해는 수출액 5억달러 돌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용도 늘었습니다. 직원 수는 2016년 550명에서 올해는 1260여 명입니다.

▷사회=미·중 통상 갈등이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없는 겁니까.

▷장종욱 사장=메디쎄이는 척추용 임플란트를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습니다. 임플란트는 무관세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한국 정부가 사드 갈등을 빚었을 때 수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중국 병원들이 한국산 의료기 사용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한 부회장=통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 한국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건 사실입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36.7%에 달합니다. 이미 철강, 세탁기, 태양광 등은 미국의 수입 규제로 대미(對美) 수출이 부진합니다. 통화 정책도 걱정입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우려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위안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 대중(對中) 수출이 타격을 받습니다.

▷김 실장=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흐름입니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예컨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이 무역 분쟁을 벌이면서 일본의 자동차와 반도체산업이 주춤했습니다. 이때 한국은 해당 분야에 집중 투자했고 이후 우뚝 올라섰습니다. 이번에도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산업을 창출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사회=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장 사장=우선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도 판로 개척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 수출국으로는 중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일본 등이 있습니다. 향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대만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유라시아 수출국으로는 몽골,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으로 넓힐 예정입니다.

▷최 부회장=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국 기계산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의 38.5%가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습니다. 2014년 35.9%에서 점점 상승해 올해는 39.6%까지 올랐습니다. 기계산업진흥회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비롯해 전 세계 10여 개국, 12개 기계류 전문전시회에 한국관을 구성하고 시장 다변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 품목인 플랜트 기자재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중동, 러시아, 인도에 시장 개척단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김 사장=신기술 개발 등 새로운 시장 흐름 변화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2차전지업계에서는 주행거리 경쟁이 치열합니다. 초기에는 1회 충전으로 150㎞를 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300~500㎞ 이상으로 늘고 있습니다. 양극소재로 니켈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경쟁사들은 니켈을 60% 정도 사용하는데 저희 회사는 88%까지 사용한 제품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향후 5~10년 2차전지의 기술 변화에 대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 부회장=이제는 완제품 중심에서 부품과 소재 중심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소재와 부품의 무역 흑자가 올해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입니다. 반도체나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소재처럼 주력 수출 품목을 키워야 합니다. 전기차, 바이오헬스, 첨단 신소재 등 신산업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 들어 10월까지 신산업 수출 증가율은 12%로, 모든 산업 평균(6.4%)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깝습니다.

▷사회=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김 실장=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신남방, 신북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 지역인 아세안, 인도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세안은 작년보다 4.7%, 인도는 2.5%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신북방 신흥시장인 독립국가연합(CIS) 수출 비중도 2015년 1.3%, 2016년 1.4%, 2017년 1.6%, 올해는 1.7% 등으로 상승세입니다.

▷사회=내년 수출 전망은 어떻습니까.

▷한 부회장=내년에도 세계 경기 회복세는 유지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교역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 갈등, 유가 상승폭 제한, 환율 보합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수출은 증가하겠지만 증가율은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을 2~4.8%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장 사장=저희 회사는 미국, 멕시코, 칠레, 브라질에 현지 법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면 외국 현지 법인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 규모로는 관리·유지 비용이 적잖게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수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규제 혁신에도 신경 써 주면 좋겠습니다. 신산업 수출을 키우려면 국내 시장에서 관련 산업이 먼저 커야 합니다.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쫓겨난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와 같은 사례가 더는 없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사장=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원료 확보를 지원합니다. 2차전지산업에서도 전 세계 희소금속 광산 투자를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산업에서 다른 국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 없이 홀로 원료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원료 확보가 더 어렵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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