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새 먹거리 찾아 아세안 공략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총 10개 회원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국내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은행계 카드사들 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기업계 카드사도 신시장 공략에 나섰다.

12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첫 해외진출 시장으로 베트남을 선정하고 연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채비에 돌입했다.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최종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베트남 종합유선방송사인 '브이티브이 케이블'과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소비자대출 및 신용카드 영업, 제휴카드 개발, 수신료 할부금융 서비스 등의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그동안 기업계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은 은행계 카드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분위기였다.계열사들이 이미 해외에 진출해 현지 인프라 구축이나 마케팅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기업계 카드사들은 이같은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점차 사업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영업은 빠르면 연내 시작할 예정"이라며 "백화점, 마트 등 유통계열사 중심의 소비자대출과 할부금융 상품, 신용카드 사업은 물론 롯데카드의 금융노하우를 접목한 현지 특화 상품 개발에도 주력해 현지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소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카드사 가운데 동남아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현재 현재 미얀마,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며 올 1월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푸르덴셜 Pi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푸르덴셜 PVFC의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은 올 상반기 7억43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201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얀마 현지법인은 같은 기간 흑자로 돌아서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이었던 캄보디아 현지 토마토 특수은행을 LVMC홀딩스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인수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KB 대한 특수은행은 LVMC홀딩스가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 등에 대한 할부금융과 부동산담보대출을 주력으로 영업활동을 개시하고 내년부터는 KB국민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의 거래 고객과 제휴업체 등을 대상으로 체크카드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하나카드가 3월부터 업무제휴를 맺고 베트남 내 카드결제 확대를 위한 사업 지원, 모바일, 비접촉 결제와 같은 비현금 결제서비스의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는 2016년 말부터 미얀마에 서 소액 대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카드사들은 국내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빠른 도시화와 소득 증가에 힘입어 소비자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

올 상반기 카드사 실적은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의 영향으로 순이익 악화가 본격화하고 있다.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하나, 우리, 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9669억원을 기록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해외진출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은 당장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공략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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