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브라운·김환기…국내외 거장 270억대 미술품 홍콩 세일

홍콩 진출 10주년 맞은 서울옥션, 25일 대규모 경매

그랜드하얏트호텔서…54점 출품
세실리 브라운 43억~70억대 그림
앤디 워홀의 23억~26억 '자화상'
부르주아 22억~36억 조각 등 눈길

김환기·남관·이응노·권옥연 등
파리서 활동한 국내작가 집중 배치
이우환·박서보 단색화도 선봬
서울옥션이 오는 25일 제27회 홍콩 경매에 추정가 43억~70억원으로 출품한 영국 여성작가 세실리 브라운의 ‘피자마 게임’. /서울옥션 제공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아시아 최대 아트마켓 홍콩에 진출한 건 2008년이다. 한 해 미술품 거래액이 2조~3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 홍콩을 ‘미술한류’ 개척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옥션은 지난 10년간 홍콩에서 국내 연간 미술시장 규모와 맞먹는 3300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여섯 번이나 갈아치운 김환기를 해외 시장에 알렸고, 백남준·남관·이응노·이성자·권옥연·박서보·황재형·임옥상·김구림·이강소·오수환 등 유명 작가들을 소개했다.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경매에 끌어내 환수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홍콩 센트럴에 있는 에이치퀸스 빌딩 11층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홍콩 진출 1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경매 세일 행사를 펼친다. 오는 25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 54점을 내놓는 제27회 홍콩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 추정가는 270억원에 달한다. 서울옥션이 2015년 5월 기록한 홍콩 경매 사상 최대 낙찰총액(232억원)과 낙찰률(94.7%)을 넘어설지 주목된다.브라운의 43억~70억원대 작품 눈길

앤디 워홀의 1986년 작 ‘자화상’.
서울옥션은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을 비롯해 프랑스 출신 미국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 영국 인기 여성 화가 세실리 브라운 등 해외 대가들의 초고가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작품을 통해 서울옥션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큰손’ 컬렉터를 끌어들이는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브라운의 대작 ‘피자마 게임’(93×248.9㎝)을 ‘얼굴 상품’으로 꺼내 들었다. 조지 애봇 감독이 동명의 영화 제목을 차용한 데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붉은색과 분홍색 물감이 뒤섞인 추상적 풍경 속에서 유동적인 인물들 형상을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은 2007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18억원에 거래돼 당시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11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온 작품의 추정가는 43억∼70억원이다. 지난 5월 뉴욕 경매에서 세운 그의 최고가 기록(76억원)을 6개월 만에 갈아치울지 관심을 모은다.

워홀이 작고 한 해 전인 1986년 완성한 ‘자화상’은 추정가 23억~26억원으로 이번 경매에 올린다. 검게 칠한 캔버스 배경과 형광으로 표현한 작가의 무표정한 얼굴을 강하게 대비시킨 수작이라는 게 서울옥션 측 설명이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1991년 작 ‘클리비지’.
지난 10월 국내 거래 조각 중 최고가(95억원)를 경신한 부르주아 작품도 두 점 내놓았다. 여성 신체 일부를 파편화해 조합한 1991년 작 ‘클리비지’는 추정가 22억~36억원, 모성을 표현한 ‘좋은 어머니’는 추정가 6억~8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이 밖에 독일 유명 설치미술가인 안젤름 키퍼의 ‘오리온’(8억5000만~13억원)과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의 ‘해변을 걸으며’(3억6000만~6억원), 중국 작가 장다첸의 그림 ‘유학운송’(2억2000만~4억3000만원) 등도 출품했다.

파리에서 활동한 국내 작가 총출동

국내 작품으로는 김환기·권옥연·남관·이성자·이응노 등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수작을 집중 배치했다. 이들이 동양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서구의 미술 이론을 받아들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해외 애호가들의 시선을 잡아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김환기의 1968년 작 추상화 ‘12-Ⅲ-68 #2’는 추정가 7억5000만~12억원에 경매한다. 서울옥션 측은 “면과 면이 만나는 부근에 파란색·붉은색·초록색의 색점을 나열한 이 작품은 운율감과 균형미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암회색의 차분한 색감을 사용한 권옥연의 ‘목정(木精)’, 남관의 1965년 작 ‘폐허의 기념물’, 문자추상의 대가 이응노의 1963년 작 ‘무제’, 여성 추상화가 이성자 작품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입찰한다.

서울옥션은 최근 국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 작품들도 경매에 부친다. 여백과 점 사이의 긴장감과 여백의 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우환의 2012년 작 ‘대화’, 박서보의 1988년 작 ‘묘법’ 등이 눈길을 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세계 미술 시장에서 아시아 컬렉터들이 서구 미술의 가장 큰 수요자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과 유럽 지역 유명 작가의 걸작을 모아 기획했다”며 “세계적인 컬렉터의 이목을 집중시켜 국내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오는 18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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