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복지 지출 속도, 경제성장률보다 3배 빨라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5개 사업
재정지출 증가율 年 평균 11.3%
현 속도라면 국가채무비율도 '불안'
차기정부 재정운용 어려움 불 보듯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사업의 재정 지출 속도가 예상보다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로 현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데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거나 대상이 확대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국제사회 ‘우등생’이라고 자부하는 재정건전성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초연금만 10년간 195조원 필요국회예산정책처가 4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복지·재정 사업 재정소요 추계’를 보면 중·장기 재정 악화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대표 복지·재정 사업은 △내년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이상에 따른 정부 보조(일자리 안정자금) △누리과정 전액 지원 △아동수당 10만원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이들 5개 사업 예산은 23조9356억원으로 올해 예산 5.5% 수준이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10년 뒤 46조357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10년간 5대 사업에 드는 예산(368조원)을 470조원 규모인 내년도 한 해 정부 예산안과 비교하면 78%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 정부의 대표 복지 확대 정책인 기초연금에서만 앞으로 10년 동안 195조3431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엔 11조8680억원만 필요하지만 내년엔 14조9807억원으로 26.2% 늘어난다. 10년 뒤엔 증가폭이 123.5%(26조5000억원)에 달한다.정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월 20만원)을 2018년 월 25만원으로 인상했고, 2021년엔 월 30만원으로 또 한 번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인 복지 강화 차원에서 소득 하위 20%는 별도로 ‘월 30만원’으로 올려 내년부터 먼저 지급하겠다고 했다. 인상 시기를 2년 앞당긴 셈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 정책(문재인 케어) 관련 재정 지출도 올해 7조2000억원에서 2027년엔 14조4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 지나치게 빠르다”전문가들은 이들 사업의 재정 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다. 이들 5개 사업의 재정 지출 증가율은 올해부터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연평균 11.3%에 달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한국은행 2.7%)보다 3.1배 높고 정부의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 7.3%의 1.5배 수준이다.

추가적인 재정 소요도 예상된다. 현재 소득 하위 90% 가구에 지급하는 아동수당(10만원)의 지급 대상을 전체 가구로 넓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8조7884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측된 일자리 인정자금도 지원 기간이 늘어나면 재정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부채에 비해 재정 상황이 양호하다며 복지 확대를 주장했던 정부 내에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태석 KDI 연구원은 “고령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경우 재정여력은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도 “이런 속도라면 20년 안에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며 “가파르게 늘어나는 복지지출로 인해 다음 정부가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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