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면세점 '江南대전'…유통 빅3 제대로 붙는다

강북서 강남으로 판도 변화

강력한 '강남 유인책'이 고민
지금까지 서울 시내면세점의 싸움터는 강북이었다.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을 비롯해 장충동 신라면세점, 명동 신세계면세점 등 ‘전통 강호’들이 한강 북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면세점은 단일 매장 기준 매출이 1조원을 훌쩍 넘는다.

면세점업계는 이제 강남에서 2차전을 벌인다. 롯데와 신세계 등이 올 하반기 강남에 대형 면세점들을 개장하면서다. 면세점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첫 격전지로 강남을 골랐다. 강북 중심의 면세점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법인명 신세계DF)은 지난 7월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건물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했다. 롯데는 이미 2010년부터 코엑스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특허권 연장에 성공한 뒤 확장해 다시 열었다. 2014년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국내 최대 규모(1만8833㎡) 면세점을 열었다.

강남권 면세점들의 가장 큰 숙제는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유인하느냐다. 강북의 면세점들은 고궁, 명동 등 전통적인 시내 관광지와 가까워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유입이 쉽다. 유커들이 강북에서 강남까지 대거 내려올지는 미지수다. 롯데월드타워점은 테마파크, 전망대, 호텔 등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고안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유커 방문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도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따이궁들의 면세점 매출 비중은 약 70%로 면세점 ‘큰손’이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선 업계 간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의 대형 면세점 네 곳을 포함해 서울 시내면세점은 10여 개다. 관광객 증가세에 비해 면세점 수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이 각 사가 내건 목표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송객 수수료(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과당 경쟁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남권 면세점들은 지역 상권을 활용해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다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호텔 등과 매장을 연결했다. 하루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곳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엑스 일대의 관광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등 숙박시설과 놀이시설이 인근에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가세로 유통 ‘빅3’가 모두 강남에 자리잡게 됐다”며 “빅3가 고객몰이에 나서면 강북에 쏠린 면세점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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