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앞서 평양선언 비준…문 대통령 "비핵화 촉진 역할"

9·19 평양선언·남북 군사 합의서
국무회의서 비준안 심의·의결

법제처 ‘국회 동의 불필요’ 판단에도
“판문점선언 이행 조치 성격의
평양선언 先비준은 문제” 논란

野 “국회 무시 처사” 강력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효시키기 위한 비준안을 의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열고 ‘9·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9월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은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현안이라고 판단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반도에서 핵위협을 완전히 없애고, 완전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민께서도 마음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선언 비준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가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일부 보수 야당의 반발에도 평양공동선언의 비준 절차를 밟은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연내 개최될 것으로 점쳐졌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이행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간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 민족 관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 이산가족 문제 해결, 다양한 분야의 협력·교류 추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인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의 합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법제처는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의 성격이 강한데, 판문점선언이 이미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평양공동선언은 따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국회 동의 없는 비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새로운 남북의 합의들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 국회에 해당하는 것이지 원칙·방향·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법제처가 ‘껍데기’인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고 하면서 ‘알맹이’인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합의서는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입장에서 이런 해석을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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