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美 증시…"바닥 멀었다" vs "최악 구간 탈출"

엇갈리는 시장 전망

UBS "깜깜이 장세 허우적"
옐런 "기준금리 더 올려야"
美 재정적자 6년 만에 최대
미국 증시가 미 중앙은행(Fed)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 크게 휘청이는 가운데 증시 고점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도 같은 날 서로 정반대 전망을 제시하는 등 미 증시가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59% 내린 2750.79, 다우지수는 0.35% 내린 25,250.55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는 미·중 통상전쟁이 시작된 지난 7~8월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26일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이달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미국 증시를 ‘변동성이 심한 약세장(rolling bear)’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꼭지를 찍고 약세 기조로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최고 2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성장주와 기술주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시장 유동성도 고갈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이날 “증시가 바닥을 다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고점론에 힘을 실었다.

골드만삭스는 정반대 분석을 내놨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이날 “미 증시 최악의 시간은 거의 다 지나갔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꼭지가 아니라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주에 매도세가 거의 끝났으며 S&P500지수는 그동안 71거래일마다 5%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S&P500지수 목표를 2850으로 제시했다. 시장분석업체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자산관리회사 퍼스티어링캐피털매니지먼트도 향후 상승 국면을 전망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현재 미 증시는 깜깜이 장세”라며 “투자자들이 어두운 방에 갇힌 사람처럼 어떤 길로 가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카슈끄지 사건, 미·중 통상갈등 등 증시를 좌우할 변수가 많다”고 덧붙였다.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이날 모기지은행연합회(MBA) 연설에서 “경기 과열이 우려된다”며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가 넘는 성장이 영원할 수는 없다”며 “물가 상승률 급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 연방정부의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재정적자가 779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전 회계연도보다 17%(1130억달러) 급증해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소폭 올라 3.16%로 마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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