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 '관세 폭탄'에도 미국 무역적자가 늘어난 이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지만,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일부에선 이런 데이터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올해 본격화된 관세 부과로 인해, 내년부터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지난 8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 적자가 758억3000만달러로 전달(720억460만달러)보다 5.3%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수출이 1.6% 줄었지만 수입은 0.6% 늘어난 탓입니다.
8월 상품수지 적자는 작년 8월 644억7800만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겁니다.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 수입 세탁기, 태양광,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발효시켰습니다.
특히 지난 7월6일 중국산 34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해, 8월23일엔 160억달러 규모에 대해 관세 25%를 발효시켰고 이달 24일부터는 2000억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수입은 계속 늘고, 상품수지 적자도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공교롭게도 바로 관세 부과 탓입니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관세를 피하려는 수입이 엄청나게 몰렸기 때문입니다.

도이치뱅크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6일 34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된 뒤 7월 해당 상품 수입이 전달보다 9.7% 줄었습니다.
반면 8월23일 관세 부과를 앞뒀던 160억달러 규모의 상품의 7월 수입량은 무려 39.7% 급증했습니다.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수입은 줄지만, 관세 부과 직전에는 오히려 수입이 급증한다는 얘기입니다.실제 삼성전자, LG전자는 올 초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 엄청난 양의 세탁기를 미리 수입해서 미국 물류센터에 쌓아두었습니다.
한해 150만대 가량을 미국 시장에 팔던 한 회사는 지난해 평년보다 수입량을 60만대나 늘렸습니다.
또 지난 24일 2000억달러 상당의 상품에 대한 관세 발효를 앞두고 중국과 미국의 항만, 공항에선 ‘밀어내기’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24일 새벽 0시부터 시작되는 10%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수출입을 서두른 때문입니다.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가 발효된만큼 다음달부터 수입은 줄어들까요? 아닙니다.
수입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관세율이 10%지만, 내년 1월1일부터는 25%가 되기 때문입니다.
25% 관세를 얻어맞기 전에 미리 쌓아두려는 수요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즉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량 감소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중간재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습니다.
내년부터는 갑작스런 '납품 절벽'을 만나게될 지도 모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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