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추석 연휴기간 자율휴업" 요구 논란… "편의점, 식당·약국 역할도 하는데…"

본사 "연중무휴 영업, 고객과 약속
사회적 기능도 무시 못해"

편의점산업협회 조사에서도
명절 의약품·도시락 판매 급증
한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가정간편식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편의점 점주들의 추석 명절 연휴기간 ‘자율 휴업’ 요구에 편의점 본사들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다. ‘언제, 어디를 가든 문을 연다’는 편의점의 핵심 영업전략을 훼손할 수 있는 데다 사회적 기능 또한 무시 못 한다는 이유에서다.

편의점산업협회는 17일 ‘명절 연휴, 식당과 약국 역할을 하는 편의점’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명절에 문을 닫는 식당과 약국을 대신해 편의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업계에선 편의점 본사가 점주들의 자율 휴업 요구를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봤다. 편의점산업협회는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이 가입한 사용자 단체다.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편의점들이 명절에 긴급 휴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었다.편의점산업협회는 우선 명절 기간 전국 주요 산업단지 내 편의점에서 식품 매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회는 “평택, 안산, 시흥, 구미, 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 편의점에서 작년 추석과 올 설 연휴 기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시락과 김밥, 면류 등 식사 및 식사 대용식 매출 비중이 연휴 직전주 대비 평균 6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또 “비상 상비약 판매도 작년 추석에는 직전주 대비 168%, 올 설 연휴엔 114%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한 취업준비생, 일해야 하는 직장인이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들은 명절 기간 이들을 위한 ‘명절 도시락’도 별도로 내놓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업태 특성 덕분에 명절 연휴에도 소비자들이 먹거리와 안전 상비약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업계는 연휴 기간 은행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A편의점이 올 설 연휴 기간 자사 편의점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 횟수를 분석한 결과 전주 대비 12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고 나섰다. 재난 발생 시 이재민을 위한 긴급 구호물자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U와 GS25는 2015년 메르스 확산과 포항 지진, 고성 산불, 대형 싱크홀(땅꺼짐) 발생 등이 있을 때 구호활동에 나섰다. 또 CU는 지난 5월부터 경찰청과 손잡고 미아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연중 무휴 영업을 한다는 것은 점주들이 계약할 때 받아들인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빌미로 쉬고 싶을 때 쉬겠다는 요구를 본사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