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협치 강조했지만… 소득주도성장 엄호하며 野 공격한 민주당

여야, 소득주도 성장 놓고 공방 격화

이해찬 대표, 취임 첫날 4당 지도부 만나
이해찬 "盧정부 때 마음으로 하자"
김병준 "결단력 있으니 변화 기대"

'야당 비판' 반박한 與 신임 지도부
한국당 "무데뽀로 강행" 비판에
남인순 "속도감 있게 계속 가야"
홍영표 "野, 번지수 잘못 짚었다"

'판문점 선언' 비준도 충돌
與 임시국회서 비준 의지
한국당 "비핵화 진전 있어야"
< 웃고 있지만…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왼쪽)가 27일 국회 자유한국당 대표실을 찾아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7일 취임 후 첫 공개 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등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야 4당 지도부를 방문해 협치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협치 행보가 출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벽에 부딪힌 협치 행보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분단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공존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어 두 분(박·이 전 대통령)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참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위 회의 이후엔 야 4당 지도부를 만나 협조를 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민생과 경제 과제 해결을 위해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한 행보로 보인다.

이 대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에 계실 때 함께 당·정·청 회의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마음으로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선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워낙 정책적 혜안과 결단력이 있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섰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는 야권의 비판에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며 철통 방어에 나섰다. 이 대표가 협치 행보의 첫발을 뗐지만 여야가 가장 극명히 대립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선 ‘한 발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남인순 민주당 신임 최고위원은 “소득주도 성장 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통계 이면에 숨은 구조적 원인과 긍정적 효과는 외면하고 경제 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 “방어 논리 통일하자”

여권 내부에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당내 이견을 없애고, 메시지와 방어 논리를 통일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고용·소득지표 악화에 ‘날씨 탓’ ‘인구 감소 탓’ 등 중구난방으로 방어하다 보니 오히려 공격의 빌미만 줬다”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박광온 최고위원도 “방향은 이미 국민이 정해준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가되 토론회나 설명 과정 등을 통해 여당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과정을 당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분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만큼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성장에 대한 고민 없이 분배 구조만 바로잡는 데 온 힘을 다 쏟고 있다”며 “오기도 아니고 ‘무데뽀’로 밀어붙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내년 최저임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부탁한다”며 “아집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은 국회 비준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국회 비준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의 성공을 위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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