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력근로제' 확대 서둘러야

"주 52시간제 혼란 최소화 위해
中企 특별연장근로 확대하고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도 넓혀야"

이상희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노동법학 >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됐다.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는 휴일을 포함한 1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선진국형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향한 첫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 산업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생산성 문제와 중소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혼란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 52시간제는 1주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을 단축하는 획기적인 것이다. 먼저 적용된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경우도 확 줄어든 근로시간에 대한 생산성 보충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근로시간 규제의 예외에 속했던 특례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는데, 노선버스와 같은 운수업과 사회복지사업 등은 업종의 구조적 특성상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많은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유예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생산성 보완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늘려줘야 한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 3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고 돼 있는데, 주 52시간제 시행의 부담과 혼란을 줄이려면 곧바로 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로는 유연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는 오래전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일본은 법률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최소 6개월, 최대 1년 단위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제외된 특례업종 중 노선버스나 사회복지 부문과 같은 일부 업종은 주 52시간제를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업종에는 해당 업종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선버스 업종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1일 2교대 등 탄력운영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중소기업의 경우 2021년 7월 시행 시부터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것도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감안, 특별연장근로를 더 배려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업 부문 중 일부 직무에만 연장근로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구조일 경우에는 신규채용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 연착륙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인력충원의 어려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업종에 한해서라도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공장노동자와 연구개발이나 기획전략 부문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근로시간 계산을 똑같이 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도의 전문적 능력을 지닌 노동자가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하는 근로여건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제도를 도입하거나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를 시대에 맞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 후 곧바로 유연근로시간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시간제는 노조나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남은 유예기간에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제도 연착륙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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