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살리겠다면, 더 늦기 전에 정책 궤도 수정해야

성장도 일자리도 분배도 뒷걸음질 친 1년
세금 푸는 땜질식 처방은 지속가능성 없어
생산성 높이는 규제혁신에 정책 집중해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12월까지 3.0%를 유지하다가 마침내 2%대로 물러선 것이다. 정부가 후퇴한 것은 최근 경기 상황이 매우 위중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5월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10개 경제지표 가운데 9개가 둔화 내지는 하강 국면이다. 대다수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물론 한국은행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춘 데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2.8→2.7%), 설비투자(3.3→1.5%), 건설투자(0.8→ -0.1%) 증가율 전망치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14.6%)의 10분의 1로 급감했다. 수출 증가율(5.3%)은 지난해(15.8%)에 비하면 3분의 1 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고용 부문일 것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내려잡았다.집권 1년여가 지난 지금, 소득주도 성장이 내세웠던 ‘성장’도, 일자리 정부라고 자임했던 ‘일자리’도 모두 잡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분배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 하위 20%의 소득은 8% 줄고 상위 20%는 9.3% 늘어 소득격차가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로 벌어졌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정책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나름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근로장려세제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4조원으로 확대하고 기초연금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은 월 50만원으로 높이고 기간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전세를 준 집도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을 쏟아붓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라고 보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이 일자 좀 더 넓은 개념인 ‘포용성장’을 들고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 어려움 해소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전과는 달라진 기업관을 내비치기도 했다. 혁신성장과 규제혁파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책 기조에 변화 조짐이 보이는 대목들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규제혁신만 해도 말만 풍성할 뿐, 여야 간 이견과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의 반대로 현 정부 들어 제대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장률이 높아지려면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지만, 산업현장 곳곳에 쌓인 규제들이 가로막고 있다. ‘최저임금 쇼크’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앞선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규제가 낳은 노동경직성이 생산성 향상을 막고 있는데 이것은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만 올리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혁신성장과 규제완화, 그리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이유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늘어난 소득이라야 또 다른 성장을 유도할 수 있고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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