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논란에… '포용적 성장' 전면에 내세우는 민주당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 인식 확산에 프레임 전환

포용적 성장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 포함
소득주도성장보다 넓은 개념

포용성장 홍보 나선 당·정
홍장표 수석 경질 뒤 본격 언급
홍영표 "유럽·美서도 도입한 정책"
김동연 "소득주도+혁신성장"

文정부 2기 복지정책 본격화 예고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입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를 정책 홍보의 전략적 변화로 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근로자만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좁은’ 개념에 갇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부정적 여파 차단
9일 민주당과 경제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경영계와 소상공인 등 정책 이해당사자들에게 포용적 성장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경제민생태스크포스 단장)은 “소득주도 성장보다 넓은 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원들의 건의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단 경제학적으로 좀 더 정확한 용어를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정도 ‘소득주도 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을 정책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주도 성장=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진 탓에 임금 인상과 복지, 동반 성장 등을 아우른 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다. 실질임금이 증가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대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임금 인상 등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전략이다.포용적 성장은 이보다 넓은 개념의 경제학 이론이다. 시장경제에 따른 부작용을 정부의 소득 재분배, 복지·사회안전망 확충, 임금 인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소득주도 성장의 개념이 주로 노동·일자리 분야에 국한된 정책을 의미해 ‘노동자 임금 인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대응할 수 없었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복지와 일자리 정책 등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용어를 바꾸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문재인표’ 복지 쏟아질 것

당·정·청 고위인사들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론 주창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실상 경질된 지난달 26일 이후 포용적 성장의 언급 횟수가 급증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도입한 경제정책 중 하나”라며 “그동안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포용적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이달 6일 정부 저출산 대책을 소개하면서 “재정투입으로 주거와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것이 포용적 복지, 포용적 성장”이라며 “민주당이 앞으로 더 과감하게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최 국제콘퍼런스에서 로마가 번성한 이유로 포용정책을 들며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합친 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당·정이 포용적 성장을 맨 앞에 내세우면서 ‘문재인 정부 2기’의 복지정책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중순 당·정은 저소득층 기초노령연금 인상(25만원→30만원)과 노인 일자리 확대 등 국가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정착,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 등의 과제를 끝냈다는 판단”이라며 “앞으론 ‘문재인표’ 재정·복지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용적 성장사회 각 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불평등 완화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 2009년 세계은행에서 처음으로 제기됐으며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와 미국 백악관 대통령 보고서(2016년), 세계경제포럼(WEF·2015년, 2017년) 등에서 주요 의제로 채택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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