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없는데 오너 비리까지"…저물어가는 1세대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등 국내 1세대 커피전문점들이 실적 부진에 오너의 개인 비리까지 터져나오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국내 커피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쫓지 못한 데다 창업주의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탐앤탐스의 최근 3년 매출액은 감소세다. 2015년 88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연간 매출액은 2016년 870억원, 지난해 831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2015년에는 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6년에는 24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2016년에는 엎친데 덮쳐 당기순손실 27억원까지 기록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점률은 2014년 5.9%, 2015년 10.4%, 2016년 13.7%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탐앤탐스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하는데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커피전문점 사업을 시작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1999년)가 1100여개의 직영점을, 이디야커피(2001년)가 2500여개의 가맹점을 내는 동안 탐앤탐스(2001년)는 매장을 400여개 밖에 내지 않았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50여개에 불과하다.

외형 확장 대신 객단가를 높여 '작고 강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탐앤탐스의 전략도 오너 개인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희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1일 강남구 신사동 탐앤탐스 본사 사무실과 김도균 대표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 장부와 문서 등을 확보했다. 탐앤탐스 지분 100%를 가진 김 대표가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2009∼2015년 우유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판매 장려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판매 장려금은 과자·우유 등 제조업체가 판촉을 위해 유통업체 등에 지불하는 돈이다. 우유 제조사들은 한 팩(1L)당 100~200원을 커피전문점 본사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또 탐앤탐스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 자신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탐앤탐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먼저 프레즐 등 베이커리 메뉴를 특화한 브랜드다.김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김 대표는 법인 명의로 해야할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보유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적도 있다.

뒤늦게 김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50억원 상당의 상표권을 탐앤탐스로 무상양도했고, 올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에는 탐앤탐스가 커피값을 올리는 과정에서 정작 원두는 저렴한 제품으로 바꿨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카페베네 법정관리에 탐앤탐스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창업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1세대들이 추진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1000개가 넘는 매장을 내며 번창했던 카페베네는 지나친 사업 확장이 한계에 부딪혀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는 창업 8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에는 '토종 커피왕'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강 대표는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1998년 '할리스커피'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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