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밑천'된 대구시의 공공데이터

다세대주택 실거래 정보 알려주는 케이앤컴퍼니
가까운 미술관·갤러리 전시회 찾아주는 아트맵 등
대구시 개방 수준 확대하자 유망벤처 잇달아 등장
케이앤컴퍼니 직원들이 로빅 서비스 확대를 위해 기술 개발 회의를 하고 있다. 케이앤컴퍼니 제공
케이앤컴퍼니(대표 구름)는 금융회사에서 부동산 금융, 법률, 정보기술(IT)을 담당하던 전문가 네 명이 2015년 5월 대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했다. 금융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이들이 창업에 나선 것은 정부와 대구시의 공공데이터 개방이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 24일 로빅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실거래 정보와 시세를 제공한다. 아파트와 달리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 소규모 아파트는 300만가구에 달하는데도 시세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주택 소유주나 임차인이 거래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금융회사들도 자료 부족으로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 2~3일 걸리는 데다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구름 대표는 “그동안 연구와 사업준비를 해오다 중요한 공공데이터가 개방된 시기에 맞춰 창업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대구창조경제센터 삼성C랩 3기로 뽑혀 지난해 삼성벤처투자에서 투자도 받았다. 유망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을 선발하는 신한금융지주의 퓨처스랩 2기에도 선발돼 신한은행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구 대표는 “금융회사의 반응이 좋아 매출이 올해 5억원, 2~3년 내 1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직원도 15명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3.0의 핵심인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 수준을 높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청년 창업이 활성화하고 있다.대구시는 15일 대구혁신도시 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행정자치부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정부 3.0 개방 창업공유마당’ 행사를 열어 케이앤컴퍼니 등 기관별로 육성한 우수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문화예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문화 스타트업인 아트맵(대표 김선영)도 공공데이터로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남대 미대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선영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까운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회를 찾아주는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전국에 갤러리나 미술관이 1300여개가 있어 영화관(340개)보다 훨씬 많지만 대중이 다가가기 어려운 데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와 미술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보를 구축하던 김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예술가와 전시회 데이터로 서비스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지난해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특별상도 받았다. 시범 서비스 기간인데도 1600명 넘게 회원으로 가입했고 앱은 9000회 이상 내려받았다. 김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가진 창업공간 등을 개방해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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