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코스닥 갑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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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주 투자심리 한풀 꺾여 제약·바이오 대주주들 타격중소형주 투자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한두 달 전만 해도 ‘신흥 주식갑부’로 각광받던 코스닥 상장사 경영자들의 자산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급등세를 연출했던 제약·바이오업종 대주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줄줄이 수천억원대 감소15일 산성앨엔에스 주가는 전날보다 2.7% 하락한 4만1400원에 마감, 사상 최고가(12만4200원·6월26일)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때 5000억원대를 호가했던 김판길 산성앨엔에스 회장(지분율 22.48%)의 지분가치는 현재 1669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분가치 5700억 증발한 CEO도
제약·바이오주 붐에 힘입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코스닥 바이오업체 창업자들의 지분가치도 1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5위인 메디톡스의 정현호 대표가 보유한 지분가치(지분율 18.4%)는 최고가 기준 6549억원까지 뛰었으나 현재는 4877억원으로 1672억원 감소했다. 바이로메드의 김선영 연구개발센터 총괄사장(지분율 10.84%·지분가치 1319억원 감소), 천종윤 씨젠 대표(18.38%·-1369억원)의 지분가치도 큰 폭으로 줄었다.코스닥시장의 3대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셀트리온, 다음카카오, 동서의 최대주주 보유지분 가치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지분가치는 현재 1조5429억원으로 올해 최고가 기준(2조119억원)보다 4690억원 줄었다. 동서의 최대주주이자 2세 경영자인 김상헌 회장(지분율 20.61%)의 지분가치는 1490억원 감소했다. 동서의 2대 주주이자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3대 주주인 김종희 전무(김상헌 회장의 아들)의 지분가치도 각각 1451억원, 743억원 줄었다.
셀트리온은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지분율 19.48%)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최고가 대비 5783억원 줄어든 1조5474억원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6.86%를 보유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생명과학 지분가치(지분율 15.4%)도 최고가 대비 1448억원 줄었다.
○“당분간 반등 어려울 것”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58%(3.87 포인트) 상승한 666.75로 마감했다. 전날 낙폭(-1.04%·-6.99포인트)을 일부 되돌린 반등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최고점인 782.64(7월20일 종가)와는 1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주가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중국 등 신흥국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8월 중소형주 상승장의 주역이었던 제약·바이오주 등은 실적 우려가 남아 있어 과거 기록했던 최고가에 다시 등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동필 흥국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개인들도 평가손실에 고민이 많겠지만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속성상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을 저가에 다시 담는, 이른바 ‘물타기’를 하기 어렵다”며 “실적보다는 기대감으로 올랐다가 조정받고 있는 종목들의 재부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