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재력가 장부에 "오세훈·박원순 준다며 4억 가져가"

재력가 송모 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주겠다며 송씨로부터 2억원을 받아갔다는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박정수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5차 국민참여재판기일에서 김 의원 측 변호인은 "2011년 차용증 받고 박원순 시장에게 줬다고 한다"면서 송씨가 생전 작성한 금전출납부인 매일기록부 내용을 파워포인트(PPT) 형식으로 공개했다.이 PPT 화면에는 '11/12/20 2억 가져감 차용증 받고 박원순 시장 건'이라고 적혀 있다.

변호인은 이 화면이 매일기록부에 붙은 포스트잇 내용을 직접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포스트잇에는 송씨가 김 의원에게 건넸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기록된 돈은 총 5억여원으로 이 가운데 2억원은 2010년 11월 19일 서울시장(당시 오세훈)에게, 1억여원은 그해 구청장 등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김 의원이 돈을 가져갔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송씨로부터 아예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매일기록부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기재된 금액의 누계가 틀렸고 가필한 흔적도 있다"며 매일기록부가 증거로서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변호인은 또 "호랑이랑 사자는 같이 있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여야 시장 모두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매일기록부에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 공개한 매일기록부 내용은 사실이며 김 의원을 상대로 로비 자금을 받았는지, 받아서 전달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 측은 "송씨가 이미 숨졌고 김 의원은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해 입증이 힘든 상황"이라며 장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시장 측은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며 언급되는 것 자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 시장 측 고위 관계자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일절 그런 사실이 없으니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김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의 공방이 또다시 이어졌다.

변호인은 송씨 소유 건물이 용도변경 되더라도 고도지구 제한 등으로 실익이 없고 용도변경을 하지 않아도 건물 증축이 가능해 송씨가 김 의원에게 이런 청탁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해당 건물에 고도지구 제한이 없어 실익이 있고 건축사 등 송씨 주변 인물의 증언과 차용증, 매일기록부 등이 송씨가 김 의원에게 청탁한 증거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또 송씨가 사건 전날 김 의원을 위해 후원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송씨가 김 의원과 3월 4일 만나기로 했고 그에게 주려고 1억원을 보관하고 있었다.

김 의원이 약속 날짜가 다가오자 송씨를 무조건 정리하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재판부는 마지막 국민참여재판기일인 27일 피고인 최후 진술과 검찰 구형이 끝난 뒤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