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공포…한국 경제 '비상벨'… 4년만에 '1弗=100엔' 깨졌다

31개 기업 CEO 긴급 설문 "올 수출·순익 급감 우려"
엔화값이 4년여 만에 달러당 100엔대로 떨어졌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업계에 채산성 악화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50%를 웃도는 한국 경제에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100엔대에 진입한 뒤 100.90엔(오후 3시 기준)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4월14일 이후 처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건 ‘무제한 금융완화’가 100엔을 돌파한 가장 큰 요인이다. 달러 대비 엔화값은 아베 총리 취임 후 약 5개월 동안 2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전날 나온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달러화가 강세를 띤 것이 엔저(低)를 부추겼다. 노무라증권은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때까지 엔화값이 105엔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파른 엔저로 국내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4곳은 달러당 100엔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올해 순이익이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5%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응답도 20%에 육박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1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얼마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34.4%의 경영자들은 ‘1~5% 줄 것’이라고 답했다. ‘5~10% 감소’도 21.9%나 됐으며 ‘10~30% 감소’는 3.2%였다. 나머지도 ‘예측 불가능’(40.5%)일 정도로 경영 환경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 엔저가 이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1~5% 감소’가 40.5%로 나타났다. ‘5~10% 감소’는 15.8%, ‘10~30% 감소’는 3.2%였다. 엔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뒤 하반기 회복)’를 기대하는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화한 엔저 영향이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부터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급감하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이는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저로 이날 한·일 증시는 희비가 교차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투매 행렬 속에 34.70포인트(1.75%) 급락한 1944.75에 마감했다. 반면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2.93% 급등한 14,607.54로 장을 마쳤다.

서정환/서욱진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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