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 시민

며칠 사이에 흥미로운 미국발 기사 두 가지가 떴다.

하나는 미 경제계가 반미 감정 완화차 해외 출장자들에게 '세계시민 안내'를 배포하는 등 '추한 미국인' 추방에 앞장섰다는 것이요,다른 하나는 최고경영자들이 사업파트너를 선택할 때 '식당종업원을 대하는 태도'(웨이터룰)를 중시한다는 것이다.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들여다보면 맥은 비슷하다.

어느 쪽이나 글로벌 시대 사람살이의 기본 도리를 전하는 까닭이다.

식당 종업원으로 대표되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자세를 사업상 동반자,임직원,데이트 상대 할 것 없이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자(척도)로 보고 봐야 하는 게 미국인만의 기준일 리는 없다.'세계시민 안내'도 마찬가지다.

책자를 나눠주면서까지 조심하자는 걸 보면 "미국인들이 겁을 먹긴 먹은 모양이다" 싶다.

그러나 '옷차림에 유의하라,돈 권력 등에 관해 떠벌리지 말라,상대에게 귀를 기울여라,작은 소리로 천천히 말하라,현지어를 몇 마디라도 배워가라' 등의 항목은 미국 여행객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우리 정부도 최근 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추한 한국인'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외에서 추태를 부리고 말썽을 피운 게 통보되면 출국 금지와 여권 발급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중ㆍ고교 교과서에 '국제 에티켓' 관련 내용을 보강하는 등 국민 계도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계가 여행지침을 만들게 된 건 9·11테러 이후 130개국에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인의 이미지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이런 가운데 자국민의 여행지침을 만들면서 '세계시민 가이드'라고 이름붙인 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시민만 세계시민이랴.지구촌 시대를 맞아 우리 역시 세계시민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때가 됐다.

골프여행을 빙자한 매춘관광과 외국인에 대한 사기,가난한 나라 사람이라고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한류붐에 따른 한국인에 대한 호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적대감만 남을 게 뻔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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