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엔고' 시대 다시 오나] (전문위원 '분석과 전망')

앞으로 엔화가 강세기조로 돌아설 경우 일단은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97년 하반기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달러화 강세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 경제가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출회복과 외국자금의 유입이 촉진되면서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에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대량실업 등 대내문제 해결에 정책적인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위안화 절하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유로화 가치도 회복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찾는 시간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다. 아시아 경제회복과 함께 그동안 미국위주로 편중된 국제자금 흐름구조가 시정되면서 각 지역 혹은 국가의 자금사정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의 부담도 줄어들어금융위기와 함께 또 다른 세계경제 현안인 무역마찰(trade crisis) 문제도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에 천수답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경제에 많은 혜택이 예상된다. 주가상승과 경기회복을 촉진시키면서 최근의 유가상승과 원화 절상에 따른부담도 줄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처럼 구조조정 의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물론 엔화가 강세가 될 경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이 주로 자산소득 증가에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엔화 강세로 미국내 외국자본이 이탈될 경우 미국경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의 완충역할이 없어지는 셈이다. 일본경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록 1.4분기 성장률과 6월 단칸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없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일본경제가 엔고에 따른 디플레 영향을 감당해 내지 못할경우 97년초와 마찬가지로 경기재둔화(double dip)라는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일본경제의 침체국면을 길게 하고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엔화가 강세국면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다. 아직까지 급격한 엔고를 받아들일 만한 미국과 일본의 경제여건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서방선진 7개국(G7)들의 긴밀한 정책협조하에 엔화 강세를 조심스럽게 용인해 나가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상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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